美, 인플레와 싸움…주거비만 남았다
근원CPI 3개월 추세 1.6% 상승 그쳐
연 5.1% 오른 주거비가 마지막 숙제
임대료 안정 추세 지표에는 늦게 반영
월가 “물가 안정 임무 완수” 평가도
굴스비 총재 “이제는 고용에 더 우려”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뉴욕시티의 한 소매점 진열대 사이로 쇼핑카트가 놓여 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둔화 추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의 인플레이션 추세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둔화했다. 시장은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8월 고용 보고서가 인하 폭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9% 올라 2021년 3월(2.6%)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CPI 연간 상승률은 2022년 6월 최고점인 9.1%를 기록한 후 2년여 만에 2%대에 진입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2% 올라 전월(3.3%)보다 상승률이 둔화했다. 추세로 보면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별도 분석에 따르면 근원 CPI의 3개월 연율 상승률은 전월 2.1%에서 1.6%로 하락했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3개월 치 추세를 반영하면 근원 CPI는 이미 (개인소비지출인 PCE로 환산할 때) 연준의 2% 목표보다 더 낮아진 수준”이라고 말했다.
상품과 식품 가격이 안정되면서 전체 인플레이션이 꺾였다. 상품 물가는 7월 한 달간 0.3% 하락했고 지난해보다 1.9% 떨어졌다. 식품은 연간 상승률이 2.2%에 그쳤다. 웰스파고의 이코노미스트팀은 “식품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대로 정점을 찍은 후 이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안정됐다”며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이 둔화하면서 CPI 상승률이 3% 아래로 내려갔다”고 진단했다.
임대료 등 주거비는 마지막 숙제로 남았다. 주거비는 전년 대비 5.1% 올라 전체 근원 CPI 상승분의 70%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시장의 임대료가 2년째 오르지 않고 있고 이는 CPI 지표에 늦게 반영된다는 점을 들어 주거를 제외한다면 물가는 연준의 목표 지점에 있고 임무는 완수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9월 금리 인하 폭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인하 확률은 전날 47%에서 CPI 발표 후 63%로 뛰었다. 고용시장이 추가로 악화되지 않는 한 연준이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프리스의 최고이코노미스트인 모히트 쿠마르는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업률은 5% 이하로 역사적으로 볼 때 낮은 수준”이라며 “연준은 0.5%포인트를 내릴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블룸버그이코노믹스와 웰스파고는 9월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예상했다.
다음 달 6일 8월 고용 보고서가 발표된 후 인하 수준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최근의 실업률 상승은 고용시장이 더 나쁜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며 “지금은 (물가보다) 고용 측면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7월에 이어 8월 실업률도 예상치를 상회한다면 연준 내 빅컷 요구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8월 23일)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8월 30일) △8월 CPI(9월 11일)가 9월 인하 폭에 대한 힌트를 주는 주요 이벤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