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고 거듭났다더니… 더 거칠어진 트럼프의 입

“그녀는 경력을 위협할 정도로 미친 웃음소리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지난 1주일 동안 무대에서 사라진 겁니다. 똑똑하지 않아 인터뷰나 기자회견도 못 하는 거고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을 찾아 연설을 했다. 트럼프는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경제 정책에 관한 지적인 연설을 하겠다”고 했지만, 80분 발언의 상당 부분을 대본에서 벗어나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에 할애했다. 해리스에 대해 “무능한 사회주의 미치광이이자 역사상 최악의 부통령”이라고 했다.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광대’라고 표현하며 “그는 남자 화장실에 탐폰을 원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총격을 당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트럼프는 피격 직후 열린 전당대회에서 ‘정적(政敵)을 지지한 국민도 포용하겠다’는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죽을 뻔했던 경험의 결과로 ‘절제’라는 새 능력이 생겼다”(뉴욕타임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해리스가 급부상하자 특유의 막말과 인신공격으로 빠르게 회귀하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불법 이민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부각해 해리스를 꺾겠다는 선거 캠프 목표와 달리 트럼프가 인신공격이란 더 익숙한 영역으로 반복 이탈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해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재미를 봤던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해리스가 항상 인도계였다고 홍보하더니 갑자기 흑인이 됐다”고 했다. 이는 아프리카계인 부친과 인도계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나 사상 첫 아시아계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의 배경을 문제 삼은 노골적인 인종주의 발언으로 비쳤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 문제를 잘못 건드릴 경우엔 소수계 투표율을 견인해 주요 경합주에서 승패가 갈릴 위험이 있다.

트럼프 특유의 거짓말과 허풍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CNN은 지난 12일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의 대담과 관련해 “2시간 동안 최소 20개의 거짓 주장이 있었다”고 했다. “10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같은 트럼프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머스크의 인사 관리 능력을 두둔하며 “머스크는 최고의 해고자”라고 했는데, 다음 날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이를 노동자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 노동 당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트럼프는 11일 약 1만5000명 넘게 모인 해리스·월즈의 유세 군중 규모를 놓고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조작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런 트럼프의 행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14일 폭스뉴스에 “해리스의 지성, 인파 규모가 아닌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권자들은 똑똑해서 인신공격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도 “해리스가 주 법무장관으로 범죄와 관련해 뭘 했는지, ‘국경 차르’로서 국경 관리에서 무엇을 했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공화당 원로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전략 리셋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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