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방아쇠 당기는 이스라엘…레바논 폭격으로 이틀간 558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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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4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시돈의 주민들이 피란을 가기 위해 몰려나와 수도인 북부 베이루트로 가는 도로가 차들로 가득 차 있다. 전날인 23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전역 1600곳을 공습하고 이날도 공습을 이어갔다. 공습이 집중된 레바논 남부 주민들은 서둘러 피란을 가고 있으며, 트럭 짐칸에도 사람들이 타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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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3차 레바논 전쟁’을 시작하는가. 이스라엘이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공격을 명분으로 레바논에 대규모 폭격을 가하며 다음달 7일 발발 1주년을 맞는 가자전쟁 확전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24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전날부터 이어진 공습으로 최소 558명이 숨지고 183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한 레바논 전쟁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23일 레바논 전역 1600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23일 공습은 아침 6시30분께부터 시작됐다고 레바논 언론들은 전했다. 한 레바논 여성은 “끔찍했다. 미사일이 머리 위로 날아다녔다. 폭탄의 파도 속에서 잠에서 깼다”고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저녁 수도 베이루트에서 또다시 표적 공습을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튿날인 24일에도 레바논 수십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도 23일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등을 겨냥해 수십발의 로켓을 발사했으며 24일에도 공격을 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23일 “목표 대부분이 주택에 저장된 무기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틀 동안의 폭격으로 숨진 이 가운데 어린이가 50명이고 여성이 94명이다.


 

레바논 중남부 해안도시 시돈에서는 공습을 피해 도망치려는 차들로 23일부터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베이루트로 향하는 주요 도로들도 가족과 가재도구를 실은 차들로 가득 찼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베이루트 시내 도로도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베이루트 곳곳에는 피란민들을 위한 임시수용소가 설치됐다. 피라스 아브야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병원 등 의료시설과 구급차 등도 부서졌다면서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으며 피란민 수용 준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피란을 떠나지 않은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시민들에게 무작위로 ‘이스라엘군은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설치된 테러 관련 시설을 파괴할 예정이다. 해치고 싶지 않으니 당장 집을 떠나라'는 아랍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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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공습은 지난 17일과 18일 레바논 전역에서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선호출기(삐삐) 및 무전기 폭파 테러로 30명 이상이 숨진 사건 뒤 일어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내각은 이 사건 뒤 헤즈볼라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고, 피란 중인 접경 지역 이스라엘 주민 6만명의 안전 귀환을 전쟁의 목표로 추가했다.


 

이제 남은 수순은 이스라엘 지상군의 레바논 침공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하가리 소장은 23일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을 묻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내건 목표인 북부 주민의 귀환을 실현하려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를 완전히 제거해야만 가능하기에 지상 침공은 제한적이라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스라엘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도 상당하다.


 

예루살렘안보외교센터의 자크 네리아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 언론 아이(i)24뉴스에 “그것은 정확히 헤즈볼라가 원하는 것”이라며 “레바논 남부 주민들은 헤즈볼라 병사들이고,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조건에서 우리가 모르는 대중들을 상대로 싸워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역설적으로 헤즈볼라를 탄생하게 하고 성장시켜 이스라엘의 안보 불안을 초래했다. 이스라엘은 1982년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하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소탕하려고 침공했다가, 베이루트까지 침공해 4개월간 봉쇄하는 등 1985년까지 전쟁을 끌었다. 이 1차 레바논 전쟁 때 피해를 본 레바논 남부의 시아파 무슬림 세력들이 헤즈볼라를 결성했다.


 

2006년 헤즈볼라 박멸을 목적으로 2차 레바논 전쟁을 일으켰으나, 헤즈볼라는 살아남아서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비국가 무장세력으로 성장했다. 이 전쟁의 경과를 조사한 이스라엘 정부의 위노그라드위원회는 “이스라엘은 장기전을 주도했으나, 명확한 군사적 승리 없이 끝냈다”며 ‘전략적 패배’라고 진단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맞서 전략적 승리를 거둔 유일한 세력이 된 것이다. 헤즈볼라는 이후 레바논에서 최대 정파로도 성장했다. 현재 의회에서 128석 중 독자적으로 15석이 있고, 연대 세력까지 합치면 70석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쟁을 계기로 “적의 영토에서, 단기전으로, 결정적 승리를 거둔다”는 자신들의 전쟁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벌이는 가자전쟁도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자제시키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휴전 등에 관한 외교 노력이 이제 무력해졌고, 바이든은 네타냐후 총리와는 통화도 안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3일 중동에 소규모 병력을 증파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중동 지역과 주변 해역에 병력 4만여명과 10여척의 군함을 전개해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모두가 이스라엘의 확전 시도를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을 제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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