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산타렐리 오나”…변수는 금리·전쟁·양도세
올해 국내 증시에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산타랠리’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거세지고 있다. 미중 갈등 완화, 유가 안정화 등 증시에 불확실성을 주던 요소들이 일단락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미 10년물 국채금리, 중동 분쟁 재점화 등이 우려 요소로 꼽힌다.
◆50년간 '산타랠리' 확률 94%
20일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날 하이투자증권은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연초 이후 11월15일까지 S&P500 지수가 5% 이상 상승하면 11월15일부터 연말까지 주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0년 동안 S&P500지수가 11월15일까지 5% 이상 상승한 30번의 사례 중 4번을 제외하고 모두 산타랠리가 나타났다"면서 "올해 11월15일까지 S&P500지수가 17.3% 상승했음은 연말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산타랠리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은 일명 '매그니피센트7(애플, MS,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랠리다. 박 연구원은 "하반기 고금리 속에서도 매그니피센트7의 랠리가 이어져왔다"면서 "금리 안정 혹은 추가 하락 가능성은 매그니피센트7 랠리의 추가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들어 글로벌 증시를 억눌러왔던 불확실성 변수들이 해소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채 발행 계획 축소, 유가 80달러 하회, 중국 경제지표 개선, 미중 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불안 요소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는 불확실성 변수들이 빠르게 완화되며 3개월간의 변동성에서 벗어나 정상화가 진행 중"이라며 "연말까지 채권금리, 달러화 하향안정세를 바탕으로 코스피는 연내 2600선을 향하는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서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로 전환한 것도 산타랠리 기대감을 더했다. 이혁진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에서 각각 2조4000억원, 2조1000억원을 순매수했다"면서 "반면 고객 예탁금은 48조원 수준에서 정체되며 수급 환경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고금리·양도세매물, 연말 변수될 것
일각에서는 연말 산타랠리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WSJ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4%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지수의 추가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주목할 요소다. 시장은 이미 올해 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초 인하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수록 FOMC에서 기대치에 충족되지 않는 매파적 발언이 나올 경우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일본은행의 '초완화 통화정책' 종료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은행이 연말까지 수익률곡선통제(YCC)정책을 폐지하고, 현재 마이너스(-0.1%)인 단기금리가 내년 초까지 0%로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중국 정부의 신규 정책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선 연말이면 나오는 대주주 양도세 회피 '매물 폭탄'도 또다른 악재다. 매년 대주주 양도세 기준일(12월27일) 전 양도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개인 매물 물량이 쏟아지곤 했다. 지난해에는 12월 마지막주에만 개인의 순매도액이 8조5070억원에 달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끝나고 연말까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요소가 없다"면서 "단발적인 호재들이 증시 상승을 연말까지 이끌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