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4% 폭락해 '7월 이후 최저'…금값도 최근 2주새 최저
WTI 77달러대, 브렌트유 81달러대…중동 사태 따른 우려 무색
중국 경제 지표 부진·미 금리인상 종료 의구심 작용
미 에너지정보청, 내년 WTI 가격 배럴당 89.24달러 전망
국제 유가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등 국제유가가 지난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의 경제 지표 부진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새로운 의구심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에 따른 우려를 불식하며 유가를 끌어내렸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와 런던 ICE선물거래소 등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WTI는 4.27%(3.45달러) 하락한 배럴당 77.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률은 지난달 4일 이후 최대며, 이날 종가는 지난 7월 21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내림세가 이어지는 WTI 가격은 이날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진 후 오후에 하락 폭이 커지면서, 장기 약세 가능성을 알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4.2%(3.57달러) 떨어지면서 배럴당 81.61달러를 기록, 지난 7월 이후 최저치였다.
이날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4% 줄고 수입은 3% 늘면서,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10월 원유 수입량은 늘었지만,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예상보다 부진해 글로벌 수요 둔화세를 드러냈다.
또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며, 통화정책을 지나칠 정도로 긴축하는 쪽이 너무 적게 하는 쪽보다 낫다는 발언을 한 것도 석유 수요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불렀다.
석유 공급과 관련해, 러시아는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가격 수준으로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2개월째로 접어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은 아직 중동 내 석유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있다.
또 비OPEC(석유수출국기구)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지난 5일 최소 연말까지 감축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 강세와 높은 금리로 인해 특히 신흥 시장과 일본에서 수요가 위축되고,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국제 석유 흐름에 큰 방해를 초래하지 않고 있는 점이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애널리스트인 타마스 바르가는 "호주의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차입비용이 더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며 유럽의 온화한 날씨로 난방유 및 디젤 수요가 약화하면서 부분적으로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월간 보고서에서 내년 WTI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89.24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10월 전망치보다 1.8% 낮춘 것이다.
내년 브렌트유 전망치도 93.24달러로 같은 폭 하향했다.
국제 금값은 중동 긴장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완화하면서 지난 2주 사이 최저치로 하락했다고 미국 CNBC 방송이 전했다.
이날 현물 금값은 0.48% 하락한 온스당 1,968.0988달러를 기록했다. 금 선물도 0.8% 내려 1,973.50달러에 거래됐다.
반면 달러화 가치는 0.3% 상승하면서, 금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금값은 중동 사태로 지난달에는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