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하면 엔화 비싸진다더니…더 떨어지네?”
마이너스 금리 종료 시장 반응 적어
오히려 “당분간 변화없다”는 신호 줘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결정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에도 불구하고 엔화가치가 더 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통화 가치가 상승하는데 정반대 흐름이다. 일본 재무부가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흐름을 바꾸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지난 19일 엔/달러 환율은 150엔대를 돌파한 뒤 151엔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엔화가 달러당 151.86엔에 거래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150엔대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다. 일본 정부는 2022년 엔/달러 환율이 151.95엔을 기록했을 때 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수출기업에게 유리하지만 수입 물가가 올라 서민들에게는 더 부담이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2022년부터 2년간 엔화 구매력이 낮아지면서 늘어난 가계 부담은 20만엔을 넘는다.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달러 대비 엔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오전 간다 마사토일본 재무관은 환율 개입 등을 포함한 수단이 "항상 준비가 돼 있다"며 시장 견제에 나섰다. [로이터] |
엔화 약세가 나타나는 이유는 예상대로 금리가 인상되자 투자자들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엔케리 트레이드 수요는 증가세를 이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패트릭 후 싱가포르 씨티 G10 통화 트레이더는 “이번 행사(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는 다들 예상했기 때문에 가격에 선반영됐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일본은 당분간 추가 금리인상을 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을 움직일만한 요인이 없는 것이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투자자들은 그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해외에서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고, 차익을 얻은 뒤엔 빌린 엔화를 다시 갚는 방식이다.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해 18조9000억엔(약 167조2000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을 사들였으며 금리정책 전환이 코앞으로 다가온 올해 2월까지 3조5000억엔(약 30조9000억원)어치의 해외 채권을 더 사들였다. 일본 대형은행인 유초은행 관계자는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에도 투자 포트폴리오가 급격하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며 엔저가 장기화되고 있다. 28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관광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해외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당분간 저금리가 계속된다는 전망에 ‘엔 캐리 트레이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로이터는 “일본의 단기 금리는 0.1% 미만으로 유지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는 5.25~5.5%이다”며 “7월까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반영되지 않아 10년 만기 미·일 국채 수익률 격차는 거의 3.5%포인트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나선다고해도 초엔저를 탈출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HSBC 분석가들은 메모에서 “현재 상황은 2022년 상황보다 더욱 까다로우며 일본 재무부가 엔화를 지원하기 위해 개입하려 하지만 성공은 미지수”라며 “정부 개입이 오히려 엔화와 다른 화폐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날 일본 재무부는 외환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을 경고하며 필요 시 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칸다 마사토 재무관은 “현재 환율 시장은 펀더멘탈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투기적 성격이 명백하다”며 “과도한 변동 폭에 대해서는 어떠한 선택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방어선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