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침체 피하나…고강도 금리 인상에도 GDP 호조(상보)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2.4%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2.0%)을 훨씬 웃돌았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1년 이상 이어진 고강도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가 탄탄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내 경기침체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가시는 모습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는 연율 2.4%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2.0%)는 물론, 시장 전망치(2.0)도 상회하는 수치다.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시킨 셈이다.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서 '경제활동은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경제 자신감을 강화한 것에도 부합하는 결과다. 상무부는 GDP를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구분해 발표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은 소비자 지출 증가와 연방·주 정부 지출 증가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지출은 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상품(0.6%)보다는 서비스(2.1%) 부문 지출 증가폭이 컸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도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다는 뜻이다. 비주거용 고정 투자는 1년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택 투자의 경우 높은 모기지금리 등의 여파로 9분기 연속 감소했으나, 재고주택 부족으로 인해 신축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에서 몇달내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도 재확인됐다. 2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2.6% 상승해 1분기(4.1%)는 물론 시장 전망치(3.2%)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둔화세는 다시 소비 지출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이클 개펜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우리 모두를 겁먹게 했던 것들이 다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루빌라 파루키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통화정책 기조가 제약적임에도 성장세가 기대를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당초 침체 시나리오를 제시했던 시장에서도 연착륙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중반부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 경제학자들이 이제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12개월 내 침체 가능성을 기존 25%에서 20%까지 낮췄다. AC커트앤어소시에이트의 에이미 크루 커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위험한 코너를 돌았다"며 "경기침체에 크게 무게를 두는 대신 침체와 침체가 오지 않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제롬 파월 Fed 의장 역시 연내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 방향으로 경기 전망을 수정했다고 확인했었다.
같은 날 공개된 실업지표는 여전히 미 노동시장이 탄탄함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7월16~22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7000건 줄어든 22만1000건을 기록했다. 3주 연속 감소세이자, 올해 2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소치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전주 대비 5만9000건 줄어든 169만건으로, 지난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탄탄한 노동시장은 여전히 경제를 지원하는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6월 내구재 수주도 4개월 연속 증가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6월 내구재 수주 실적은 전월 대비 136억달러(4.7%) 증가한 3025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1.5% 증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기업들의 향후 투자의지를 보여주는 항공기 제외 비방위산업 자본재 수주 역시 0.2% 늘어나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다. 다음날에는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도 공개된다. 미국의 6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4.2% 올라 직전 달(4.6%)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을 웃도는 경제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이미 작년 3월 이후 11차례 금리를 끌어올린 Fed가 9월에도 추가 인상에 나설 전망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는 Fed가 연내 추가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Fed가 차기 회의인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6% 반영하고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안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GDP 성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자하는 Fed의 노력에 맞서는 경제력을 반영한다"며 "올해 예상됐던 경기침체가 지연된다면 Fed는 결국 현재보다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