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거대 산유국의 엇갈린 운명… 이란·베네수엘라 향방은?

금은방 2 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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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원유 매장량 1위를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6월12일(현지시각) 이란을 방문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사진=로이터

대표적인 '반미' 거대 산유국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운명이 엇갈렸다. 양국은 전 세계 원유 매장량 1위(베네수엘라)와 4위(이란)의 거대 산유국이다.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은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를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로이터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원유에 대한 제재를 대폭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안서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에 "베네수엘라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제재 완화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에 이어 현 바이든 행정부는 모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정부 수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지난 2018년 5월20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며 마두로 대통령의 연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의 67.8%의 득표율이 '거짓'이라며 대 베네수엘라 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베네수엘라의 주요 수입원인 원유 수출길도 대부분 봉쇄됐다. 

"2018년 5월, 이란·베네수엘라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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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작품인 이란핵합의(JCPOA)를 "역사상 미국이 체결한 최악의 합의"라고 묘사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8월1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규탄하는 베네수엘라 시위대 모습. /사진=로이터

같은 기간(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는 대이란 제재도 대폭 강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작품인 이란핵합의(JCPOA)에 대해 "역사상 미국이 체결한 최악의 합의"라며 전격 탈퇴를 선언했다. JCPOA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3.67% 이하로 유지할 경우 미국이 대이란 제재(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를 대폭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처럼 지난 '2018년 5월'은 '반미' 거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모두 '악몽'으로 기억되는 시기다. 지난 2018년 5월 이후 양국의 경제는 급속히 악화됐다. 베네수엘라의 지난 2020년 인플레이션은 전년 대비 1만9906%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자국 화폐 볼리바르가 값을 잃자 미국 달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제재 강화는 셰일 산업의 부흥과 관련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활성화된 셰일 산업은 공급 탄력성이 크다. 셰일 산업 활성화를 위해 베네수엘라·이란산 원유를 국제시장에 퇴출시켰다는 것이 양측(베네수엘라·이란)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 셰일산업을 대표하는 퍼미안 분지는 텍사스주에 위치해 있다. 트러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란·베네수엘라 제재 강화가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 표심과 더불어 셰일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선을 위한 핵심 카드였다. 취임 이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며 "지구 온난화는 거짓"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이유다.

이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정책과 더불어 JCPOA 복원에도 나섰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은 지난해 8월 JCPOA 복원안 작성을 마쳤다. 이란은 미국이 "향후 JCPOA 탈퇴시에도 37개월 제재를 유예하겠다"는 제안이 석연치 않았음에도 '극우·반이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취임(지난해 12월) 이전에 JCPOA를 최종 서명하기 위해 미국의 제안을 수락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란산 원유가 베네수엘라의 중유와 달리 초경질유(콘덴세이트)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내(민주당)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JCPOA 복원안에 '37개월 제재 유예'를 활자화 하기로 합의한 배경이다. 

이란엔 '동결자금 해제'… 베네수엘라엔 '원유 수출·제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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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핵합의(JCPOA)는 이란 반정부 시위 이후 서서히 잊혀 갔다. 사진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거리 모습. /사진=로이터

JCPOA 복원안 작성을 마친 지난해 8월만 해도 미국과 이란 사이에는 훈풍이 불었다. 8900만 거대 이란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도 고조됐다. 특히 JCPOA 복원을 위해 노력한 유럽연합(EU)은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공급돼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높아진 국제유가가 안정화될 것으로 봤다. 당시 조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JCPOA와 이란의 대 러시아 무기 지원은 별개"라며 JCPOA의 필요성을 강조한 배경이다.

그럼에도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운명은 양국의 내부 상황으로 갈렸다. JCPOA 복원안 작성을 마친 직후 시작된 대규모 이란 반정부 시위로 JCPOA는 서서히 잊혀져 갔다. 반대로 이란과 달리 베네수엘라의 국내 상황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전년 대비 1만9906%를 기록한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2022년) 200.9%로 대폭 완화됐다.

이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미국 달러와 더불어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을 통해 미국 계좌에 달러를 입금하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 공포를 피해갔기 때문이다. 이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며 JCPOA 복원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셰브런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생산 재개를 일시 허가했다. 당시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셰브런 측에 6개월 사업권을 부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 대신 베네수엘라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이란과 미국 사이 진행되는 대화에 정통한 이란인 소식통은 지난 4일 머니S에 "상황이 복잡하다"며 "JCPOA를 당장 복원해도 바이든 임기가 1년 반도 안남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바이든 이후 셰일산업의 부흥을 중시하는 공화당 후보가 집권할 경우 JCPOA 탈퇴는 사실상 예정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한 그는 "결국 바이든은 남은 임기 동안 (JCPOA 복원 대신)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하는 방향으로 미국·이란 외교관계를 이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임기 내 JCPOA 복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국 내) 바이든 지지율이 올라야 한다"며 "현재 40%대 초반의 지지율로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에 동결됐던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의 이란 자금의 동결을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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