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실상 기준금리 8개월째 동결 '경기회복세' 영향[종합]
중국 중앙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8개월째 동결했다. 1·4분기 경제성장률이 4.5%를 기록하는 등 경기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당장 금리를 낮출 필요성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중국 인민은행은 4월의 1년·5년 만기 LPR이 각각 3.65%, 4.3%로 전월과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LPR은 올 들어 4개월째, 작년부턴 8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LPR은 명목상으로는 18개 지정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한 수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모든 금융 기관이 이를 대출 영업 기준으로 삼아야 해 실질적으로 기준금리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1년 만기 LPR(기업의 단기 유동성 대출이나 소비자 대출 기준금리)은 지난해 1월과 8월 두 차례 내렸고, 5년 만기 LPR(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중장기 기준금리)은 같은 해 1월과 5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인하했다.
이달 LPR 동결은 이미 예고됐다. 인민은행은 LPR과 연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전월과 같은 연 2.75%로 유지한다고 지난 17일 공지했다.
MLF 대출은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인민은행은 이를 통해 유동성 총량과 금리를 조절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MLF 대출 만기 도래일에 신규 MLF 대출 규모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 총량을 조절한다.
인민은행은 1년 만기 MLF로 이달 200억위안을 시중에 풀었다. 또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거래를 통한 공개 시장 조작으로 200억위안(금리 2.00%)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는 MLF 2810억위안과 역레포 1040억위안을 공급했던 3월과 비교해 순공급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이를 두고 시중에선 통화와 신용 총량이 적당히 완화돼 중앙은행의 단기 유동성 공급이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뉴욕대 금융산업 전문가 모임에서 물가가 여전히 큰 문제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를 낮추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내달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0.25%p 인상될 확률은 83.3%다. 윌리엄스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 부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 반대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펼치면 양국 금리 격차 더 벌어지게 된다. 이는 중국 내 외국 자본 이탈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간 제로 코로나에 지친 외국 자본의 탈중국 행렬은 잇따르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연일 해외 자본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회의 1·4분기 정례 브리핑에선 ‘3중 압력’(수요위축·공급압력·전망약화)과 ‘역주기 조절’(경제성장 둔화에 대응해 세금을 낮추고 통화 정책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대신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합리적인 신용 성장과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낙관적 평가가 담겼다.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중국 신용평가기관 둥팡진청의 왕칭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전문가를 인용,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면서 “현재 실물 자금 조달 비용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향후 금리 인하 공간이 좁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