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2026년 한국 분담금 8.3% 인상된 1조519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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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2026년부터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기 위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타결됐다.

새로운 협정에 따라 한국은 2026년에 전년 대비 8.3% 증가한 1조5192억원을 분담하게 된다. 협정 유효기간은 5년으로 정했으며, 이 기간 동안 연간 증가율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적용하게 된다.

외교부는 4일 "한·미가 건설적 협의를 통해 상호 수용 가능한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고 3일 가서명했다"면서 이 같은 협정 내용을 공개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제12차 특별협정이 현행 11차 특별협정 유효기간 내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타결된 것은 특별협정의 안정적 이행을 담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제12차 특별협정 타결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양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번 협상 타결은 이러한 양국의 공동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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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10월13일 오후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는 로널드 레이건함 격납고에 성조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2023.10.13

한국의 이태우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린다 스펙트 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은 지난 4월 공식협의를 시작한 이후 5개월간 모두 8차례의 회의를 갖고 합의에 도달했다. 현행 협정 만료를 2년 가까이 남긴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조기에 협상을 시작해 단기간에 협상을 마무리한 것은 방위비 분담 문제가 한·미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협정 체결 위한 국내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번에 합의한 내용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게 되며, 이후 한·미가 정식으로 서명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국회비준 동의를 받아야 모든 법적 절차가 완료된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협정은 총액과 유효기간 외에 11차 SMA에 비해 여러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협정 유효기간 내 연간 분담금 증가율을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시켰다는 것이다.

한·미는 10차와 11차 SMA에서 국방비 증가율을 분담금 연간 증가율에 반영함으로써 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협정에서는 이를 다시 물가지수로 바꿈에 따라 한국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한국의 분담금 증가율은 6.2%에 달한다. 11차 협정 첫해인 2021년 1조1833억원이던 분담금이 올해에는 1조3463억원으로 늘어났으며 내년에는 1조400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국방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6년부터 연간 분담금 증가율 기준을 물가지수로 환원하게 되면 향후 5년간 연간 증가율은 2%대 후반~3%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1조5192억원으로 시작한 분담금이 협정 마지막해인 2030년에는 1조60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분담금 증가율를 물가지수 기준으로 환원한 것을 외교부가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로 꼽는 이유다.

이번 협정에서는 연간 증가율 상한선도 다시 도입됐다. 한·미는 협정 기간 동안 매년 분담금을 물가지수를 반영해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연간 증가율은 5%가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 연간 증가율 상한선은 8차(2009년~2013년)와 9차(2014년~2018년) SMA에 적용됐으나 10차와 11차에서는 빠졌다. 이번에 상한선을 다시 도입함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경제상황으로 인한 급격한 분담금 증가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협정에서 미군 역외 자산 정비 지원을 폐지한 것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그동안 미군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일부를 한반도 주둔 자산이 아닌 역외 자산의 수리·정비에 사용해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협상에서 이같은 용도로 분담금을 쓰는 것은 SMA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폐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국회도 11차 SMA를 비준 동의하면서 이 문제를 지적하고 폐지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 외에도 한·미는 군수분야 5개년 사업계획 제출 요건을 신설하고 군사건설로 진행되는 시설의 품질과 사업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또 제도개선합동실무단을 구성해 방위비 분담에 관한 제도 개선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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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외교부] 2024.07.10

◆트럼프 리스크 피할 수 있나

한·미가 12차 SMA 협상을 이례적으로 조기에 착수한 배경에 대해 외교부는 "신속한 협상 타결로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마련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재집권에 성공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일찍 협상을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이번 협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돼 미국 대선 전에 종료됐다. 또 협정 유효기간도 5년으로 정함으로써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그의 임기 내에 다시 방위비 협상을 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전임 바이든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공개적으로 한·미 SMA를 문제삼을 수 있다. 또한 미국에게 SMA는 한국과 달리 의회 비준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행정 협정이어서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흔들 수 있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관료 출신의 안보전문가는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 방위비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면서 한국에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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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공평한 분담인가

이번 협상은 매우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돼 일사천리로 합의에 이르렀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 때 요구했던 주한 미군 순환 배치,역외 훈련, 전략자산 전개 등에 대한 비용을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 내용도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졌으며 제도 개선에도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성격이 북한의 위협 억제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 억제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과거와 같은 형식으로 분담금을 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한국은 GDP 대비 분담금 비중이 일본, 독일에 비해 월등히 높아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GDP 대비 국방비 2.54%로 1% 대에 머물고 있는 일본·독일에 비해 매우 높다. 여기에 한국은 매년 미군의 첨단 무기를 대량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비 증가와 함께 방위비 분담금도 증가하는 것은 미국에 이중의 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동맹으로서 우리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는 과정에서 방위비 분담을 합리적인 선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한·미가 공평한 액수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 군사적 긴장, 한·미 동맹의 역할 확대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분담금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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