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복 안 하나..."하메네이·대통령 모두 확전 원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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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해 지휘관 20명을 살해하면서 이란이 또 다시 보복 공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이란은 지난 7월 말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에 대한 복수도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다.

이란 정부 내에서는 이번 헤즈볼라 폭격 사태조차 눈감는다면 국가 권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최고 지도자와 대통령 모두 확전은 원치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야말로 보복의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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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현지시간) 회의 중 발언하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뉴욕타임스(NYT)가 익명의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지난 2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날 긴급 안보 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일부 고위 인사들은 이스라엘이 이란도 공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 보수 정치 인사들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해 보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온건파는 자제를 요청했단 전언이다.

하메네이도 각별한 친구 나스랄라의 죽음에 "깊은 충격"(deeply shaken)을 받았고 5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지만, 중동 확전은 원치 않아 확실한 대응책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복수란 단어 대신 이스라엘이 "한 행동을 후회할 것"이라고만 했고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를 선두로 한 저항 세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이 어떤 보복을 할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단 점에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감행하는 것과 신중하게 좀 더 상황을 주시하는 것 중 후자를 택한 것 같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담당 이사인 사남 바킬은 "이란은 이스라엘에 완전히 체크메이트 당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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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군의 무장 드론 군사 훈련. [사진=로이터 뉴스핌]

실제로 이란의 군사력은 재래식 무기가 주인 전통적인 군대이고, 이스라엘은 미국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현대식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이란이 전면전에서 승리하기 어렵단 진단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일 가능성이 크다. 헤즈볼라나 하마스 모두 국가가 아닌 무장정파이지만 이란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중동에서 저항의 축을 대리 세력으로 쓰는 것도 확전은 피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술인데, 이 관행을 깰 가능성은 작다.

또한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난 돌파를 위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을 원한다는 점도 이란이 보복 공격을 망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헤즈볼라 사건에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도 없다. 헤즈볼라는 중동에 몇 안 되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로,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헤즈볼라를 지원해 왔다. 이란이 지원하는 저항의 축인 하마스의 경우 수니파다.

특히 헤즈볼라는 '저항의 축' 세력 중 가장 군사력이 강하고 이스라엘 영토 바로 위에서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이란이 지난 40년간 전방 방어 수단으로 지원해 왔고 완충지대로 여기던 무장정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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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있는 헤즈볼라 사령부를 향해 이스라엘이 정밀 공습을 감행한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란이 특히 두려워하는 것은 자국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공격이다. 이란은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레바논의 미사일과 로켓을 이스라엘 억제 도구로 사용해 왔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 수장을 비롯해 고위급 지휘관 10명 중 9명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공격을 멈추지 않는 배경에는 이 헤즈볼라의 미사일과 로켓 발사대 등 무기고를 파괴하려는 목적도 있다.

사이버 보안 및 위험 관리 컨설팅 업체인 르벡(Le Beck) 인터내셔널의 마이클 호로비츠 정보 부문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헤즈볼라는 이란의 그저 그런 대리 세력이 아니다. 이란의 국가 방어 원칙에 없어선 안 될 일부이며, 이스라엘에 대한 주요 억제 수단"이라며 "이란은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헤즈볼라가 이란 방어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 이란은 잠재적으로 헤즈볼라를 방어해야 할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이란은 예멘 반군 후티 등 역내 저항의 축이 대신 보복하도록 조처하고 무너진 헤즈볼라의 군 지휘 체계 복원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이란 의장은 29일 국영 매체에 이란의 "저항 단체들"이 계속해서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란 혁명수비대 소식통 2명은 이란이 헤즈볼라에 새로운 군 지휘 체계와 소통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지원을 주력할 것이며,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보복은 그다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조만간 정예 특수부대 쿠드스군의 고위 사령관을 레바논에 파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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