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필리핀에서 ODA 협력사업...'캠프데이비드 합의' 후속조치
[마닐라=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 = 한·미·일 개발협력 기관들이 필리핀 의료·보건 취약지역의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공동사업을 시작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자이카)는 27일 필리핀 마닐라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보건분야 개발협력 공동사업 약정(MoC) 체결식'을 가졌다.
이번 공동사업은 필리핀 내 분쟁 취약지역인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BARMM)을 대상으로 보편적 의료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BARMM은 1970년대부터 필리핀 정부와 내전을 벌여온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중심의 이슬람 반군 세력이 2014년 필리핀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2019년 출범시킨 자치정부다. BARMM은 내부의 정치적 불안과 공공 인프라 부족, 빈곤, 기후 재난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도 보건 분야의 지표가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3국 개발협력 기관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이 지역의 의료·보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모두 2900만 달러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투입해 공동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코이카와 USAID가 각각 1300만 달러, JICA가 300만 달러를 내고 사업 수행은 국제기구인 국제이주기구(IOM)가 맡는다.
이번 공동 사업은 지난해 한·미·일 정상이 '캠프데이비드 원칙'을 채택하면서 '3자 협력을 비롯한 개발정책 공조'를 약속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의 성격을 갖는다. 한·미·일 개발협력 기관들이 공동으로 ODA 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3국 개발협력 기관이 서명한 약정 내용은 1차 보건의료 체계 강화, 서비스 개선, 행동 및 인식변화, 개발협력 효율성 제고를 통해 보편적 의료보장(UHC) 달성 지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코이카는 이번 공동 사업이 방사모로 지역의 보건·의료 환경 개선은 물론 평화 정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은섭 코이카 필리핀 사무소장은 "BARMM은 기초 보건 서비스, 사회 서비스를 적극 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미·일이 기초 보건 서비스, 보편적 보건보장 측면에서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3국의 역할 분담에 대해 "각국이 잘 할 수 있는 보건 분야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했다"면서 "3개 기관의 강점을 갖고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한국은 건강보험 청구, 환급제도 시스템 개선, 분만시설 센터 설립, 조산사 양성 및 역량강화 등의 역할을 맡고 미국은 의약품, 의료 장비 조달 시스템 개선, 결핵 퇴치, 가족 계획에 특장점을 갖고 있으며 일본은 영유아를 위한 영양사업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라이언 워시번 USAID 필리핀 사무소장은 "이번 약정 체결은 3국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맺은 중요한 파트너십"이라며 "BARMM의 의료 서비스 개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시번 소장은 또 "함께 일하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의료 및 환경, 사이버 보안과 같은 다른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