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 서방 당국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삐삐'에 폭발물 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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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무선 호출기(삐삐)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된 가운데, 미국 등 주요 서방 국가 당국자가 "이스라엘이 17일 헤즈볼라에 대한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의 당국자 두 명은 매체에 이 같이 말하며 "헤즈볼라가 대만의 골드 아폴로에 주문한 무선 호출기는 레바논에 도착하기 전에 조작됐다"고 전했다.

매체는 "미국 등 당국자들은 이번 작전의 민감한 특성을 고려해 익명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 서방 국가 당국자가 '이스라엘의 작전 수행'을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이스라엘이 미국 등에는 사전에 사건 관련 정보를 전달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대만 기업의 무선 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며 "각 기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g)에 폭발물이 들어가 있고 이를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됐다"고 매체에 전했다.

당국자들은 이어 "17일 오후 3시 30분 헤즈볼라 지도부가 보낸 것처럼 보이는 메시지가 수신되면서 폭발물을 작동시켰다"며 "이스라엘은 또한 무선 호출기가 폭발 직전 수초간 신호음을 내도록 하는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폭발 당시 영상을 분석한 전문가들 역시 폭발의 강도와 속도를 봤을 때 기기 이상이 아닌 폭발물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위드시큐어(WithSecure)의 연구 전문가이자 유로폴(Europol) 사이버 범죄 고문인 미코 히포넨은 "이러한 유형의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호출기가 어떤 식으로든 개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폭발 크기와 강도를 봤을 때 단순히 배터리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매체에 전했다.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분석가이자 텔아비브 대학교 연구원 케렌 엘라자리는 이번 공격에 대해 "헤즈볼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무선 호출기 사용을 늘렸다. 도청 및 위치 추적을 피하겠다는 목적으로,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의 표적 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지난 2월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헤즈볼라가 대량으로 무선 호출기를 주문하자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오히려 이를 공격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엘라자리는 "이번 공격은 그들(헤즈볼라)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라며 "핵심 통신 수단이 공격당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에도 이러한 호출기 유형의 장치가 표적이 된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정교한 공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대만 골드 아폴로에 무선 호출기 3000대 이상을 주문했다. 헤즈볼라는 이를 레바논 전역의 조직원들에게 배포했으며, 일부는 이란과 시리아 등 동맹국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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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현지시간)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무선 호출기가 동시다발적 폭발하면서 9명이 사망하고 2750여명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베이루트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 시민들이 모여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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