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 120년 만에 첫 한국계 상원의원 탄생...앤디 김, 뉴저지에서 당선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으로 이민이 시작된 지 120여 년 만에 첫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미국 뉴저지주 상원의원에 도전한 앤디 김 하원의원(42)은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과 함께 실시된 선거에서 공화당의 커티스 바쇼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날 밤 8시경(미 동부 시간 기준) 일찌감치 '앤디 김 뉴저지 상원의원 당선 확정'을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이로써 김 의원은 미 연방 의회 235년 역사상 최초의 한국계 상원의원이 됐다. 이와 함께 뉴저지주에서 처음 배출되는 아시아계 상원의원 기록도 세웠다.
앤디 김 미국 연방 상원의원 당선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김 의원은 평소 자신의 상원의원에의 도전은 "미국 내 한국 및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권익 신장을 위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또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한국과 한반도 문제를 다룰 때도 워싱턴 정치 무대에서 엄청난 영향과 파급력을 가진다"면서 "상원에서 이런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해왔다.
실제로 미 연방 상원의원은 자신의 출신 주를 대표해 주요 정부 인사나 대사 임명, 연방 법원의 판사 임명에 대한 승인을 맡고 있으며, 조약 승인 권한을 갖는 등 하원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김 의원은 이민 2세로 자신의 하원 지역구이기도 한 뉴저지주 무어스타운에서 자랐다. 공립학교에서 초중등 교육을 마친 뒤 시카고대를 졸업한 후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 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의원의 부친인 김정한 씨는 역경을 딛고 미국에서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하버드대를 거친 유전공학자다. 그의 어머니 역시 뉴저지에서 한인 간호사로 오랜 기간 활동해왔다.
김 의원은 학업을 마친 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방부와 국무부,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군 사령관 참모 ,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지내는 등 국제 분야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백악관 근무 시절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도 친분을 쌓았다.
그는 지난 2018년 민주당 후보로 뉴저지주 하원의원에 도전했다. 그의 지역구는 한인이 거의 살지 않는 백인 주민 구성이 월등히 높은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지만 당당히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후 2022년까지 두 차례 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하며 3선 고지에 올랐다.
김 의원은 지난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 때 의사당에 폭도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를 홀로 치우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 미 전역에 소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내가 어렸을 때 간호사이셨던 어머니는 피곤한 몸으로 밤늦게 집에 돌아오셨어도, 항상 집을 깨끗이 치우셨고 나에게도 그렇게 가르치셨다"면서 "한국인 어머니에게 배웠던 습관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김 의원은 뉴저지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며 상원 외교 위원장을 맡아온 밥 메넨데즈 의원이 지난해 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되고 당 안팎에서 사퇴 여론이 비등해지자 과감히 차기 상원의원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미국 내 소수계인 한인이고, 3선의 하원의원이긴 해도 연방 의회 경력이 이제 갓 5년을 넘긴 그가 뉴저지주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높았다. 특히 뉴저지 민주당의 조직과 자금을 장악하고 있는 필 머피 주지사의 부인인 타미 머피도 공천 경쟁에 뛰어들어 그를 위협했다.
김 의원은 이에 굴하지 않고, 철저히 풀뿌리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며 지지 기반을 다졌다. 이와 함께 민주당의 지역 기득권에 반기를 드는 정치 개혁을 전면에 내세워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나 정치 전문 매체 더 힐 등은 당시 "앤디 김이 기득권을 누려온 구태 정치에 맞서 과감히 도전하고 결국 기득권 정치를 극복해냈다"면서 그가 뉴저지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선출될 것이 유력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