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예치금리 0.25%p 인하…올 들어 두 번째 기준금리 내려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12일(현지시간) 올 들어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지난 6월 금리를 내린 지 3개월 만이다. 이번 금리 인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둔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치금리를 연 3.75%에서 3.50%로 25bp(1bp=0.01%포인트) 내렸다고 밝혔다. 레피금리(Refi·MRO)는 4.25%에서 3.65%로, 한계대출금리는 4.50%에서 3.90%로 각각 60bp 인하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ECB는 시중은행이 ECB에 하루짜리 단기자금을 맡길 때 적용하는 예치금리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짠다. 레피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서 1주일 동안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이다. 이번에 레피금리를 더 내린 것은 기술적인 요인이다. ECB가 이달부터 예치금리와 레피금리 격차를 기존 50bp에서 15bp로 줄이기로 한 데 따르 것이다.
ECB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유로존의 물가가 치솟자 지난 2022년 7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서 작년 9월까지 연속 10차례에 걸쳐 모두 4.50%포인트 올렸다. 이후 5차례 동결한 뒤 지난 6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ECB가 3개월 만에 또 다시 금리를 내린 것은 ECB의 통화 정책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정은 유럽 지역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8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2.2%를 기록해 지난 2021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달(2.6%)에 비해서는 0.4%포인트 낮아졌다.
미래 경제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 유로존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3% 성장해 전문가 예상 0.2%를 상회했다. 하지만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GDP가 마이너스(-) 0.1%를 기록해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ECB는 성명을 통해 "낮은 인플레이션과 (둔화된) 경제성장률로 인해 (금리에)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게 됐다"면서 "(각종 지표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통화 정책에 가해진 제한을 조정함에 있어 또 다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올해 내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성명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면서도 "인건비 압력이 완화되고 있으며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이익이 부분적으로 상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시장에서는 ECB가 앞으로 몇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서 내년 6월에는 예치금리가 2.0~2.25%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ECB는 이날 "향후 몇 분기 동안 유로존에서 수요의 기여가 약해질 것"이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기존 0.9%에서 0.8%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1.4%에서 1.3%로 조정했다.
인플레이션은 올해 2.5%, 내년 2.2%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