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트럼프, 90분간 TV 토론 난타전 예고...'밀리면 끝장' 전의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첫 TV 토론 대결을 펼친다.
두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사실상 동률에 가까운 초박빙 접전 상태이고 오는 11월 5일 대선까지 불과 8주 정도 남겨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TV 토론이 대선 승패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격전지 필라델피아에서 90분간 혈투
이번 TV 토론은 10일 미 동부 시간 오후 9시(한국 시간 11일 오전 10시)부터 90분간 진행된다.
토론 장소는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다.
토론 주관사인 ABC 방송은 자사의 간판 앵커 데이비드 뮤어와 린제이 데이비스에게 진행을 맡겼다.
진행 방식은 지난 6월 조지아주에서 CNN 주최로 열렸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1차 토론 방식과 거의 같다.
질문은 토론 진행자만이 할 수 있다. 두 후보는 직접 질문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상대 후보 답변이 끝난 뒤 이에 대해 2분간 반박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고, 이에 대한 추가 답변은 1분으로 제한된다.
앞서 두 후보는 '마이크 음소거' 방식을 두고 맞섰다. 해리스 부통령 측은 상대방이 발언할 때도 마이크를 켜 두는 방식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6월 토론 때 '마이크 음소거' 방식으로 크게 이득을 본 것으로 평가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6월 토론과 마찬가지로 마이크 음소거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단에 종이와 펜, 물 한 병만 가지고 90분의 토론을 버텨야 한다. 토론 자료를 사용하거나, 중간 광고 시간에 참모들이 올라와 조언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두 후보는 90분간 그야말로 혈혈단신으로 백병전을 치러야 한다.
◆백전노장 트럼프 '여유' VS 돌풍 해리스 '준비됐다'
미 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에서 두 후보가 불꽃 튀는 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월 TV 토론에서의 '바이든 대통령의 대참사'의 영향 때문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고,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번번이 말끝을 흐렸다. 결국 TV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론 후폭풍에 시달리다가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으로선 이같은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4일부터 펜실베이니아주 인근 피츠버그의 한 호텔에 머물며 대선 토론 전문가들로 구성된 참모들과 특훈을 해왔다.
실제 토론 무대와 유사한 세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역까지 두고, 상황별 실전 훈련을 고강도로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신공격과 거짓 주장에 밀리지 않고 적극 반박하는 동시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제 공격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토론을 하루 앞둔 9일 "나는 준비가 돼 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유의 독설과 언변으로 그동안 토론 무대에서 상대 후보를 농락하고 무너뜨려왔다. 2016년 이후 대선 후보 토론만 이번이 7번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전 리허설도 없이 몇몇 참모들과의 정책 세션 회의를 하면서 토론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클럽에 주로 머물며 뉴욕을 중심으로 일정을 소화했고, 주말에는 경합주 위스콘신주 유세까지 다녀오는 자신감을 보였다.
◆'중범죄자 트럼프' VS '무능한 좌파 해리스'
해리스 부통령은 평소 유세 연설에서 검사 출신인 자신이 불법과 비리를 저질러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잘 다룰 수 있다"고 장담해왔다. 그는 TV 토론에서도 4차례 형사 기소되고, 여러 성추문에 연루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파렴치한 중범죄자로 몰아붙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자신의 집권 구상과 정책이 중산층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오직 자신과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차별화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인 낙태·여성 생식권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호한 입장을 조목조목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해리스 캠프의 케빈 무뇨스 대변인은 해리스 부통령이 이밖에도 미국과 미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위한 비전을 공유하는 데도 주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 '무능한 급진 좌파' 딱지를 붙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캠프의 제이슨 밀러 고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해리스가 부통령을 재임하면서 물가 폭등과 같은 경제적 피해를 야기시키는 데 일조해왔다면서 "(토론을 통해) 지난 3년 반 동안 제대로 정책을 실행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이 재임 기간 국경 문제를 전담했으면서도 불법 이민자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불법 밀입국 범죄자들을 넘쳐나게 만들었다며 몰아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해리스 부통령의 '급진 좌파' 성향을 부각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그동안 '해리스 동무'라고 부르며 색깔론 공격을 해왔다. 그는 최근 해리스 부통령이 유권자를 의식해 일부 정책을 중도적으로 '우클릭' 하는 입장을 보이자 "그래도 여전히 샌프란시스코의 급진주의자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이 '수압 파쇄법(프래킹) 반대'를 철회하는 등 이민, 환경, 의료보험 분야에서 입장을 바꾼 점도 집중 부각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