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 손녀 伊 집권당 탈당… 이유는 "너무 극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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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스트 독재자로 악명을 날렸던 베니토 무솔리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손녀 라켈레 무솔리니(50)가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이탈리아형제들(FdI)에서 탈당하겠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탈당 이유는 "FdI가 너무 극우에 경도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라켈레는 현재 FdI 소속 로마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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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켈레 무솔리니 이탈리아 로마 시의원 [사진=위키피디아]

라켈레 의원은 이날 안사(ANSA)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조만간 FdI를 떠나 중도우파 정당인 전진이탈리아(FI)에 입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페이지를 넘기고 온건하고 중도적인 제 감성에 더 가까운 정당에 가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1974년 로마에서 태어난 라켈레는 2016년 정계에 입문한 뒤 FdI 소속으로 로마 시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2021년 선거에서는 로마 시의원 출마자 중 최다 득표를 기록해 화제를 낳았다. 1996년 미인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던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말해 정계 진출이 예견됐다. 그의 이복 언니 알레산드라 무솔리니(62)도 정치에 몸담고 있다. FI 소속으로 상원의원과 유럽의회 의원을 지냈다.

멜로니 총리가 대표로 있는 FdI는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가장 극우 성향이 강한 정당으로 분류되고 있다. 멜로니 등이 중심이 돼 2012년 창당했다. 이 당의 뿌리는 2차 대전 직후 결성된 네오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사회운동(MSI·1946~1995)이다. MSI는 1995년 민족동맹(AN)으로 변신했고, 2009년 중도우파 자유국민당(PdL)과의 합당과 분당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멜로니와 FdI는 반이민·난민, 이탈리아 민족주의, 기독교 문명 가치, 남녀 성 역할이 분명한 전통적 가족관 등을 내걸고 있다. 유럽연합(EU)에도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2022년 10월 취임 때 서방 언론으로부터 무솔리니 이후 가장 극우적인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멜로니는 집권 이후 예상을 깨고 온건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했고, 취임 때 내세웠던 '반EU' 공약도 'EU개혁'으로 한발 물러서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라켈레 의원이 FdI탈당을 선언한 것은 멜로니 총리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켈레와 멜로니는 지난달 파리올림픽 때 성별 논란이 일었던 알제리 여자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와 관련해 논쟁을 벌였다. 

멜로니 총리는 칼리프 선수가 이탈리아 선수와 경기를 갖게 되자 "남성의 유전적 특성을 지닌 선수가 여성 대회에 출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라켈레는 "달리 증명될 때까지 칼리프는 여성이다. 그녀는 온당하지 않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 6월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라켈레가 유럽의회 선거 때 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고 그에 대한 섭섭함이 이번 탈당에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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