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료 끝없이 계속되는 악몽… "긴 진료 대기로 매년 1만4000명 추가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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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치솟고 있는 영국에서 긴 진료 대기 시간 때문에 매년 1만4000명이 추가로 사망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국민보건서비스(NHS·우리의 국민건강보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개혁하지 않으면 죽는다(reform or die)"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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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아라 다르지 상원의원은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서 "긴 (병원) 대기 시간으로 연간 1만4000명이 추가로 사망하고 있다"며 "이는 1948년 NHS 설립 이래 영국군 전투 사망자의 두 배가 넘는 숫자"라고 말했다.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외과 전문의이자 30년 이상 NHS 병원에서 근무한 다르지 의원은 "18주 이내에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1년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지난 2010년 3월 이후 2만명에서 30만명으로 15배 증가했다"며 "같은 기간 암환자의 생존율 개선도 상당히 둔화됐다"고 말했다. 

다르지 의원은 영국 NHS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4~8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지금부터 개혁에 착수하면)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는 없다"면서도 "한 번의 의회 임기(5년) 내에 진료 대기자 수를 줄이고 더 나아가 다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NHS의 끔찍한 상태는 지난 7월 총선에서 많은 영국인들이 노동당에 투표한 주요 이유였다"며 "다르지 의원 보고서는 NHS에 대한 영국인들의 만족도가 그 어느 때보다 낮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142쪽에 달하는 보고서는 영국의 고령화와 인구 증가, 질병 증가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NHS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현격히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다르지 의원은 수십 년 동안 NHS에 대한 투자는 연평균 3.4%였지만 지난 2010년 이후 보수당 집권기에는 1%에 그쳤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대기줄은 길어졌고 병원 건물은 허물어지고 있으며 정신 건강 문제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해충이 들끓는 감방'에 갇혀 있다고 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도 현격히 부족하다고 했다.

NHS가 만성적 문제로 시름하는 동안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다른 이웃 유럽 나라에 비해 병상과 의료 인력이 적은 상태에서 팬데믹에 돌입한 것이다. 코로나 이외 다른 질병과 환자에 대한 치료는 지연되거나 취소, 연기됐다. 

응급실 앞에 늘어선 줄은 지난 2009년 4월 평일 저녁 40명 미만이었지만 올해 4월에는 100명 이상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다르지 의원은 "재원 부족으로 진단 장비와 기술, 건물에 대한 투자가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부족했다"며 "쇠퇴의 길에 접어들어 있는 NHS를 되살리기 위해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보건재단(Health Foundation)은 NHS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는 2029년까지 추가로 460억 파운드(약 80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당 정부는 대대적인 개혁에 나설 전망이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논평을 통해 "NHS 창설 이래 최대라고 할 수 있을 10년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선 노동자의 세금을 인상하거나 개혁을 해야 한다"며 "노동자는 더 많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개혁하거나 죽는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국 NHS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8년 설립됐다. 소득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무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이절 롤슨 전 재무장관은 "영국인에게 NHS는 종교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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