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21조 돈벼락 달갑지 않네"…세계 최저 법인세 평판 훼손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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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탄탄한 경제성장으로 '켈틱 타이거'로 불리는 아일랜드가 143억 유로(약 21조원) 짜리 돈벼락을 맞으면서 이 돈을 어디에 쓸지 딜레마에 빠졌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올해 법인세 수입 증가 등에 힘입어 86억 유로(약 12조7500억원)의 재정흑자를 기록할 전망인데 여기에 뜻하지 않은 횡재를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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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붐비는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거리 풍경. [사진=로이터 뉴스핌]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이날 지난 2016년 미국의 빅테크 애플이 아일랜드로부터 받은 조세 혜택이 EU의 정부 보조금 규정을 어겼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체납 세금(과징금) 130억 유로와 이자 등 143억 유로를 아일랜드에 내야 한다.

예기치 않게 돈방석에 앉게 된 아일랜드는 ECJ 판결을 반기기는 커녕 오히려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세계 최저 법인세'라는 글로벌 평판이 흔들릴까봐 걱정하는 기색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애플에 특혜를 준 적이 없다며 지난 8년 간 소송 비용으로 1000만 달러(약 134억원)를 썼다. 아일랜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법인세(12.5%)를 내걸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는 전략으로 경제 성장을 일궈왔다.

잭 챔버스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이) 낮은 법인세율로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면서 EU에서 가장 번영한 나라 중 하나가 된 우리의 평판을 훼손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받을 정확한 금액이 얼마인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제1 야당인 신페인당은 "정부가 이번 판결로 당혹스러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이번에 생긴 돈을 남김없이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난과 에너지, 물, 인프라 등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인 노동당은 "애플 세금은 좋은 집을 제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패스컬 도너휴 공공지출개혁부 장관은 "훗날을 위해 돈을 남겨 두는 게 좋다"며 "모퉁이를 돌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급격한 재정 지출이 인플레이션 등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오는 10월 1일 지출을 대폭 늘린 예산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독립감시기관인 아일랜드 재정자문위원회는 이 같은 행보가 경제를 과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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