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시, 금리 전망 불안감 속에 BMW 폭락으로 일제히 하락… 은행↓ 부동산↑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기다리며 신경이 예민해진 가운데 자동차 업계에서 악재가 나오자 투자심리가 꺾였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 지수는 전장보다 2.75포인트(0.54%) 내린 507.95로 장을 마쳤다. 지난주 5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하다 전날 반짝 상승했는데 그 기세를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이 지수는 장 초반 부동산 섹터의 오름세에 힘입어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자동차 섹터가 크게 무너지며 결국 하락으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77.64포인트(0.96%) 하락한 1만8265.92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17.71포인트(0.24%) 떨어진 7407.55로 장을 마쳤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도 64.86포인트(0.78%) 내린 8205.98에 마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377.05(1.12%) 떨어진 3만3213.29에,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35 지수는 69.30(0.61%) 하락한 1만1203.50으로 장을 마쳤다.
파리 증권거래소[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유럽 증시의 최대 화제는 독일 자동차 업체 BMW 주가의 폭락이었다. BMW는 11.15% 급락해 4년여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이 회사는 중국 시장의 수요 부진 등을 거론하며 올해 영업이익(EBIT) 마진 전망치를 기존 8~10%에서 6~7%로 낮췄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5~20%에서 11~13%로 하향 조정했다.
BMW에 부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 콘티넨탈이 브레이크시스템과 관련된 보증 소송에 대비해 수 천만 유로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다는 로이터 통신 보도도 BMW에 악재로 작용했다. 콘티넨탈 주가도 이날 10.51% 추락했다.
미 CNBC는 "유럽 시장의 자동차 섹터는 이날 하루 3.84%나 떨어져 범유럽 벤치마크 지수를 전체적으로 끌어내렸다"고 평가했다.
시티은행 애널리스트들은 메모에서 "BMW는 중국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면서 "하반기 회복 기대치도 너무 낙관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BMW에 긍정적인 촉매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섹터도 도이체방크가 4.91% 하락한 데 따라 1.6% 하락했고, 석유·가스 섹터도 브렌트유가 지난 202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1.6% 내렸다.
반면 금리에 민감한 부동산 섹터는 전체적인 하락장 분위기에서도 1.7% 올라 선전했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이번주 잇따라 발표될 각종 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수요일(11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시장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 보고서를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얼마나 내릴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일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의 경우 25bp(1bp=0.01%포인트) 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그 이후 경로가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ING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의 궁금증은 다음은 무엇이냐는 것"이라며 "ECB가 9월에 이어 10월에 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낮추고 금리 인하를 분기에 한 번 하는 식으로 나온다면 이는 잠재적 완화 속도에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의 8월 물가상승률(두 번째 추정치)은 2.0%를 기록해 지난 2021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ECB가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