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1인자 신와르 잡아야 전쟁 끝난다"… 이스라엘, 승전 선언 못하는 이유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사무실 벽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부가 그려진 도표가 있다. 갈란트 장관은 군사 작전 성공으로 하마스 지도부 인물을 한 명씩 제거할 때마다 그 이름 위에 'X(엑스)' 표시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이 여전히 건재하다. 바로 야히야 신와르(62) 하마스 최고지도자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생포·사살을 피하는 신와르의 능력이 이스라엘로 하여금 전쟁의 승리와 하마스 궤멸을 주장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그를 제거해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면서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종식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야히야 신와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신와르는 지난 2017년 이스마일 하니예에 이어 가자지구 지도자에 올랐다. 하니예가 카타르 도하 등에 머물며 정치·외교·협상을 담당했고 신와르는 가자지구에 머물며 모든 행정·군사 부문을 이끌었다. 공식적으로는 정치국 최고지도자인 하니예가 서열이 높은 것 같지만 가자지구와 하마스에 대한 실질적 통치권은 신와르가 쥐고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뉴욕타임스는 "카타르 도하에 있는 하마스 정치국 인물이 공식적인 리더 타이틀을 가졌다 해도 실제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하마스의 지도자로 여겨져왔던 인물은 신와르였다"고 말했다.
신와르는 지난달 말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지 6일 만에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명실상부 하마스의 독보적인 1인자가 된 것이다.
그는 하마스 내에서도 대표적인 강경파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투쟁은 그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200여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잡아간 '알아크사 홍수' 작전도 그의 기획·주도 하에 실행됐다. 이스라엘은 신와르 제거를 군사 작전의 최고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해 놓고 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거미줄 처럼 연결돼 있는 지하 땅굴에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 있는 하마스의 지하 벙커를 급습했지만 간발의 차로 그를 놓쳤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신와르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추종자들에게도 메시지를 거의 내놓지 않으며 행방에 대한 단서도 남기지 않는다"면서 "유령과 같은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 관계자들은 신와르가 전자통신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사람을 통해서만 하마스 조직과 연락을 주고 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동안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으며 신와르 행방을 쫓았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는 11개월째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군사적 능력을 대부분 잃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직원 중 다수가 사망하거나 검거됐고 무기와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와르는 적극적으로 군사 작전을 지휘하고, 카타르 도하와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휴전 협상에 적극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하마스 대표단은 협상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신와르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신와르가 전보다 연락과 지휘, 작전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여전히 하마스의 전체적인 전략을 지휘하고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