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시, 패션·IT·은행 약세로 일제히 하락…LVMH 4.7%↓ 도이체방크 8.3%↓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3일(현지 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프랑스의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이날 발표된 주요 기업들의 실망스러운 경영 성적표가 주가를 아래쪽으로 강하게 끌어내렸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3.17포인트(0.61%) 내린 512.30에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70.24포인트(0.92%) 떨어진 1만8387.46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84.90포인트(1.12%) 내린 7513.73에 장을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도 13.68포인트(0.17%) 떨어진 8153.69에 장을 마쳤다.
파리 증권거래소[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유럽 증시는 패션과 은행, 정보통신(IT) 분야의 기업들이 우울한 실적을 잇따라 발표해 시장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크게 가라앉았다.
LVMH는 2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4.7% 떨어졌다. 루이비통과 티파니앤코, 헤네시 등을 보유한 LVMH의 2분기 매출은 210억 유로(약 31조4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올 1분기에도 전년 대비 3% 늘어난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로이터 통신은 "LVMH의 성장 둔화는 중국 쇼핑객들이 국내에서 고급 패션 상품에 대한 지출을 줄인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LVMH의 주력 브랜드 중 하나이자 지주사인 크리스찬 디올도 4.7% 하락했다. 그외에 구찌의 모회사인 프랑스 명품 패션 그룹 케링과 에르메스, 독일의 명품 브랜드 휴고보스 등도 이날 2.1~4.5% 떨어졌다. 프랑스 명품 업체들의 부진은 프랑스 증시가 영국이나 독일에 비해 더 많이 하락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기술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ASM 인터내셔널은 올 2분기 주문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넘은 뒤, 3분기 전망을 상향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9.4% 하락했다. BESI와 ASML도 각각 8.5%, 3.4% 하락했다. 이날 기술 섹터는 전체적으로 2.4% 하락해 내림폭이 컸다.
은행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은행 섹터는 전체적으로는 0.5% 떨어졌는데, 이중 도이체방크의 추락세가 두드러졌다. 도이체방크는 올 2분기에 4년 만에 처음으로 손실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8.3% 폭락했다. 은행측이 투자자 소송에 대한 준비금으로 13억 유로(약 1조9500억원)을 따로 마련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다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두번째로 큰 스페인의 산탄데르는 주요 소매 사업의 강력한 성장에 따라 수익성 목표를 상향 조정하면서 3% 상승했다.
한편, 독일 함부르크 상업은행(HCOB)의 7월 예비 종합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1을 기록, 전달(50.9)에 비해 하락했다. 이는 로이터 통신의 예상치 51.1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달 유로존 비지니스 성장이 침체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유로존의 주요 서비스 산업은 미미하게 성장했지만 제조업의 심각한 침체를 상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로리 페네시는 "주요 지표가 계속해서 기대 이하라면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예측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