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독립성 위협 조짐에 연준 '방어 태세'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독립성 위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도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법적으로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고 밝힌 데 이어 다른 연준 위원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의 중요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14일(현지시간) 우르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좋은 정책과 좋은 경제적 결과를 위해 근간이 되는 것이라는 것은 널리 인식되고 있으며 경제 연구에서도 입증되고 있다"며 특히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더 강력한 독립성이 낮은 인플레이션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같은 쿠글러 이사의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약 8일이 지난 날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중 대통령이 연준의 통화 정책에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달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그는 대통령이 조금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라고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당선인의 최대 지지자로 차기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행정부는 대통령의 지시 아래 있어야 하며 헌법은 그렇게 설계됐다. 연준은 그러한 점에서 우리가 얼마나 헌법에서 벗어나 있는지 보여주는 예 중 하나"라는 마이크 리(공화 유타) 상원의원의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게시물에 동의한다는 표시로 "100" 이모티콘을 댓글로 달았다. 리 의원은 해당 게시물에서 "이것은 우리가 "#EndTheFed"(#연준을끝내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파월 의장에게 연준을 떠나라고 하면 떠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며 "법으로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는 2026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법정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알려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재임 당시 파월 의장의 해임을 위협하자 파월 의장은 재무장관이었던 스티븐 므누신에게 법정에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쿠글러 이사는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운 중앙은행은 인기가 없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경제적 고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내려 장기적 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 금리 인상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쿠글러 이사는 독립된 중앙은행이 금융시장과 대중으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