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턴즈] 세 번째 대권 도전...다시 보는 그의 인생 역정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Once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른바 '마가'(MAGA)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이자 그의 열렬 지지층을 지칭하는 단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다.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진행한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공식적으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기 위해 오른 무대 위에서 주목을 불끈 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81) 대통령 간 지지율 격차는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TV토론 이후 불거진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과 인지력 저하 논란으로 후보 사퇴 요구가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유세 집회에서의 총격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지층 결집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 상당하다.
아직 대선까지 한참 남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2.0'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미국의 제45대(2017~2021년)에 이어 제47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인물, 트럼프에 대해 알아보자.
◆ 부동산 '금수저' 사업가, TV쇼 진행자로 대중 눈도장
1946년 6월 14일생, 올해 나이 78세다. 뉴욕 퀸스에서 부동산 사업자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13세 때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일으키자, 그의 부모는 트럼프를 규율이 엄격한 뉴욕 군사학교로 보냈다. 뉴욕 군사학교 졸업 후 포덤 대학교를 2년 재학 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로 편입해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맨 왼쪽) 어린 시절 가족 사진. [사진=트럼프 선거 캠프 제공] |
1968년, 그의 나이 22세 때 트럼프는 '트럼프 매니지먼트'란 아버지 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아버지가 뉴욕시 곳곳에서 운영하던 주택 사업의 관리를 도왔는데 형 프레드 주니어가 조종사로 진로를 잡자 결국 트럼프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게 됐다.
여담으로 형 프레드는 43세에 알코올중독으로 사망하는데 형의 죽음 이후 트럼프는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71년에 경영권을 획득하면서 사명을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으로 변경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호텔과 골프장을 설립·인수하기 시작했다. 1978년 트럼프는 아버지로부터 100만 달러 '종잣돈'을 빌려 맨해튼 중심가에 호화로운 고층 빌딩들을 짓기 시작했다. 맨해튼에 버려진 코모도르 호텔을 사들여 이를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재건축했고 1983년 맨해튼에 58층짜리 '트럼프 타워'를 지어 이름을 알렸다. 트럼프는 1997년 9월 대우건설과 손잡고 한국에서도 '트럼프 월드'를 지어 분양하기도 했다.
그의 사업이 항상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그는 호텔과 카지노 개발 사업에도 손을 댔는데 1991년부터 2009년까지 맨해튼 플라자 호텔, 애틀랜틱 시티와 뉴저지 등에 있던 카지노 등 6개 사업 부문에 챕터11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바 있다.
트럼프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투자했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미스 유니버스, 미스 USA, 미스 틴 USA 미인대회의 운영권을 쥐었다.
트럼프를 셀러브리티로 만든 TV쇼는 NBC방송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Apprentice)다. 그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방송 진행자를 맡았는데 "넌 해고야(You're fired)"란 말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이후 '나 홀로 집에 2' 등 각종 영화와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자신의 성씨 '트럼프'를 브랜드화했고 관련 라이선스 상품들을 판매하는 등 타고난 사업 수완을 보였다.
18일(현지시간) 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맨 왼쪽)이 손자를 안고 있따. 그의 뒤에는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약혼녀, 중앙에는 아내 멜라니아 여사, 오른쪽엔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서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는 결혼을 총 세 번 했다. 첫 번째 부인은 체코 출신 이민자 이바나 마리에 젤니치코바(1977~1992년)로 슬하 2남 1녀를 두었다. 아버지 선거 캠프에 든든한 조력자 역할 중인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장녀 이방카, 차남 에릭 등이다. 이바나와 이혼 후 1993년부터 1999년까지 배우 말라 앤 메이플스와 결혼해 딸 티파니를 낳았다. 2005년 슬로베니아인 모델이자 전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결혼해 막내 아들 배런을 얻었다.
◆ '정치 이단아' 트럼프 집권, 조용할 날 없었다
트럼프가 대통령 출마에 관심을 보인 것은 1987년부터로 알려졌다. 그는 처음부터 공화당 지지자는 아니었는데 2000년 대선에는 개혁당 경선 후보로 출마하려다 사정상 포기했고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민주당 당원이었다. 그러다 그가 공화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포한 것은 2015년 6월이다. 트럼프는 정치 이력이 없었고 부자라 별도로 정치자금 모금이 필요 없어 특정인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아 정치 이단아로 통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미국 제조업을 살리고 중국에 제조 거점을 둔 기업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여 중국이 빼앗은 일자리를 되돌려 놓겠다는 등 거침없는 공약을 쏟아냈다. 무슬림 이민을 금지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단 공약도 큰 논란이었다.
주로 쇠락한 북부와 중서부 제조업 지대인 '러스트벨트'의 몰락한 백인 중산층과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은 트럼프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을 꺾고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대내외 정책에서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천명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중국과 관세 무역 전쟁을 치렀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해 각종 환경 규제를 완화했으며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리나라와 일본에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했고 남부 국경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자를 강제 추방하고 불법 이민 아동과 부모를 격리하는 등 강경 반이민 정책도 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위터의 왕'으로도 군림했는데 연일 트위터를 통해 국내외 정치 관련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고 트윗 한 줄로 참모를 해고하는 등 SNS를 적극 활용했다. 현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대중과 소통 중이다.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그의 업적으로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면해 악수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은 큰 인상을 남겼다. 그다음 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그해 6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김 위원장과 또 만났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2019.6.30. [사진=로이터 뉴스핌] |
김 위원장과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는 장면은 오랫동안 회자할 역사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DMZ에 동행했는데 남·북·미 정상이 함께 자리한 것은 정전협정 후 약 66년 만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최대 논란은 단연 선거 불복이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패하자 대선 결과에 불복했고 연일 트위터에 "투표 조작" "선거를 도둑질 맞았다" "사기 선거"라는 등 각종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 결과 2021년 1·6 의회 난입 폭동 사태가 벌어져 미국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후인 1월 13일 연방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발의돼 통과됐다. 당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일주일 남겨둔 시점이었으며 미 역사상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역대 세 번째 대통령이 됐다. 탄핵안은 상원에서 부결됐다.
백악관에서 나온 후에도 그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지난 5월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 최초로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관련 기소된 34개 혐의 유죄평결을 받았다.
그는 임기 중 취득한 정부 기밀 문건을 퇴임 후 자택에 불법 유출한 혐의로도 기소됐는데 최근 플로리다주 남부지법 연방판사는 사건을 기각했다. 해당 판사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임명됐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밖에 1·6 의회 난입 폭동 사건과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에 관한 기소 건은 미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측의 대통령 면책 특권 주장 일부를 수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역시 그가 임기 중에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임명한 덕분이란 주장이 나온다.
조지아주 대선 결과 번복 음모와 관련된 형사재판도 특별 검사의 자격을 문제 삼은 트럼프 측의 주장이 수용돼 대선 이후로 재판 일정이 연기된 상태다.
사법 리스크가 오는 11월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그의 선거 가도에 장애물은 사라졌다. 현재 여론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지만 선거일까지 아직 3개월여 남아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 등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섣부른 판단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