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2차 대전 직후 정치적 혼란 시대로 돌아가"… 총선 결과 압도적 다수당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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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스가 전후의 '통치불능(ungovernability)'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벤 홀 유럽에디터는 8일자(현지시간) 자신의 칼럼에서 "(총선 결과) 프랑스가 대통령은 취약했고, 의회의 요란스러움은 최고조에 달했던 제4공화국 때로 시계를 되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는 이제 몇 달 또는 몇 년동안 지속될 수도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불안정한 정부를 마주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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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총선 투표하고 나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프랑스 제4공화국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집권한 샤를 드골 임시정부 수반이 좌파와의 대립으로 1946년 사임한 뒤 의원내각제 형태의 국가체제를 구성했다. 이질적인 정당들의 연립으로 구성된 정부가 자주 붕괴해 정국 혼란이 계속됐다. 1958년 제5공화국 출범과 드골 대통령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7일 실시된 프랑스 2차 결선 투표에서 좌파연합인 신민주전선(NFP)이 예상을 뒤엎고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을 차지해 원내 1당을 차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 중도연합 앙상블은 168석을 얻어 2위에 올랐고,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과 그 연대세력은 3위에 그쳤다. 그외에 독자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는 중도우파 공화당이 45석을 얻었다. 지난 선거와 비교해 좌파연합은 51석, 극우는 54석을 더 얻었다. 

이날 선거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깨는 것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어떤 (정치) 전문가들도, 여론조사기관도, 예언자도 생각하지 못한 놀라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투표 직전까지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는 국민연합이 과반은 얻지 못해도 2위권과 상당한 격차를 벌리며 제1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은  "프랑스의 중도와 좌파가 힘을 합쳐 극우 승리를 막겠다는 '공화국 전선' 전략이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2차 투표를 앞두고 중도와 좌파에선 200명이 넘는 후보들이 단일화를 위해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마린 르펜은 "우리의 승리는 단지 연기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향후 프랑스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정치' 시대에 접어들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어떤 정당도 과반 또는 확고한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의회가 '교착 상태(deadlock)'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여야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한 정당이 없고, 의회는 서로를 싫어하는 정파들도 채워진 만큼 프랑스를 누가 누가 어떻게 통치할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르몽드 등 주요 언론들은 차기 정부 구성과 관련,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①여러 정당이 함께 참여하는 연립정부 ②제1당 또는 제2당이 이끄는 소수정부 ③소속 정당이 없는 인물을 임명하는 '관료'정부 등이다. 하지만 어떤 시나리오도 정당(또는 정파)간 이해관계와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칠 가능성이 아주 높아 정국 안정성이 보장되는 합의는 도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프랑스 헌법상 다음 의회 선거는 최소한 1년이 지나야 한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총선 직후 사의를 표명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에게 "당분간 총리직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프랑스 정계에선 아탈 총리가 최소한 다음달까지 계속되는 파리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또는 그 이후 다음 총리가 확정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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