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정권교체 이끈 英 차기 총리 키어 스타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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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대승을 거두면서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다.

제1야당 당수에서 영국의 정부 수반 자리에 오르게 된 키어 스타머(61) 노동당 대표에 관심이 쏠린다.

◆ 강성 노동당 집안 출신 법조인, '늦깎이' 정치인 되다 

1962년 9월 2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스타머 대표는 런던 남서부에 있는 근교 서리 지역에서 주로 자랐다. 공구 제작사였던 아버지와 국민보건서비스(NHS) 간호사였던 어머니 슬하 4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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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총선 승리에 소감 밝히는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의 부모는 강성 노동당 지지자로 '키어'란 이름은 스코틀랜드의 사회주의자이자 노동 운동 지도자로 영국 의회에 선출된 초대 노동당 하원의원 제임스 키어 하디의 중간 이름에서 따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부모의 영향 때문인지 스타머는 청소년기부터 노동당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16세에 노동당 청년회인 '노동당 청년 사회주의자'(LPYS)에 가입해 활동했다. 리즈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대학 내 '노동당 클럽'에 가입해 당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학업 성취도 뛰어나 우수한 성적으로 1985년 법학 학사를 이수해 졸업했다.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민법 석사도 취득한 스타머 대표는 1987년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잉글랜드·웨일스를 관할하는 왕립 검찰청(CPS) 청장을 지냈다. 임기 만료 후 검찰에 기여한 공로로 2014년 당시 찰스 왕세자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키어 스타머 '경(卿·Sir)'으로도 불린다.

스타머 대표가 정치계에 정식 입문하게 된 것은 기사 작위를 받고 일 년 뒤인 2015년이다. 런던 내 홀본 앤드 세인트 판크라스 지역구의 프랭크 돕슨 노동당 하원의원이 은퇴하면서 2015년 총선 차기 후보로 낙점받은 것이다. 당시 보수당 윌 블레어 후보를 큰 차이로 누르고 승리해 의회에 입성했다. 

스타머 대표가 초선의원이 됐을 때 나이는 52세였다. 정치에 입문한지 불과 약 9년 만에 최고 권좌에 오른 것이다. 

◆ '코빈주의' 탈피 당 쇄신으로 정권교체 이끌어 

스타머가 노동당 대표직에 오른 것은 2020년 4월이다. 제러미 코빈 당대표가 2019년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열린 당대표 선거에서 스타머가 당선된 것이다.

2019년 총선 때 참패는 노동당이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추진에 제동을 걸지 않고 애매한 입장을 취한 것이 독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코빈 대표는 급진적인 공약에 집중했고, '반유대주의' 정책은 당내 분열을 야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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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총선 승리에 소감 밝히는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스타머 대표는 당내 분열을 잡고 이른바 '코빈주의' 좌파 색채에서 중도로 당 쇄신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가 당 대표로 취임했을 당시 영국은 급격한 물가 상승, 공공 서비스 악화, 보수당의 연속 총리 교체로 혼란을 겪었다. 스타머는 코빈 대표가 추진했던 에너지 산업 국유화, 세금 인상 정책을 폐기했다.

특히 "브렉시트 강행이 아닌 2차 국민투표가 옳은 선택이었다"며 EU 잔류를 지지했던 중도 지지층과 브렉시트를 지지했다가 현재 후회하는 유권층에게 다가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타머 대표는 노동당을 극좌 성향의 코빈주의에서 벗어나 보다 중도적이고 선거에 유리한 당으로 재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층과 자본주의 이해관계자들 모두에게 어필이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스타머 대표가 실용적인 지도자이긴 하나 1997년 총선 노동당 압승을 이끌어 18년 만에 보수당 정권을 뒤집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보다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스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런던 퀸메리대의 팀 베일은 AP통신에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로 영국인들이 견뎌온 혼란기를 생각하면 약간 지루한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총선 최종 결과가 발표되면 수낵 총리가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후 스타머 대표가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로부터 정부 구성 요청을 받으면서 총리로 공식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의회 공식 개원식과 국왕의 국정연설(킹스 스피치·King's Speech)은 오는 17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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