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시, 미·중서 불어온 '이중 한파'에 일제히 하락… 이틀 연속 1% 떨어져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4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한 달 만에 글로벌 증시를 다시 강타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중국 경제의 약세도 한파를 더욱 가혹하게 만들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5.02포인트(0.97%) 내린 514.82로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이틀 연속 1% 가까운 하락폭을 기록했고, 2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일본·대만 증시가 3~4%대의 폭락장세를 보인 것에 비해선 내림폭이 작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55.26포인트(0.83%) 하락한 1만8591.85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74.13포인트(0.98%) 떨어진 7500.97으로 장을 마쳤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28.86포인트(0.35%) 내린 8269.60에,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181.17(0.54%) 하락한 3만3682.26으로 장을 마쳤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35 지수도 65.30(0.58%) 내린 1만1213.90으로 마감했다.
파리 증권거래소[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유럽 시장은 미국과 중국에서 불어오는 '더블 한파'에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특히 미국 월가에서 발원한 충격파는 강력했다. 상반기 증시 랠리를 주도했던 인공지능(AI) 대표주자 엔비디아는 9월 첫 거래일이었던 3일 전장 대비 9.53% 급락했다.
이 파장은 유럽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유럽 기술주는 이날 3.17% 하락하면서 전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은 5.93% 떨어져 범유럽 벤치마크 기업 중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스위스 은행 UBS는 ASML 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고, 주가 목표를 1050 유로에서 900 유로로 낮췄다.
중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을 기록해 4개월째 50을 밑돌았다. 이 수치는 지난 7월 49.4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유럽 명품업계는 타격을 받았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비롯해 티파니·까르띠에를 보유한 리치몬트, 크리스찬디올 등이 3.06~5.80% 하락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기업 활동은 혼조세를 보였다. 8월 프랑스의 서비스업은 파리올림픽에 힘입어 호조를 보인 반면, 독일의 서비스업은 3개월 연속 성장세가 둔화돼 유럽 최대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로이터 통신은 "함부르크상업은행(HCOB)이 조사하는 유로존의 8월 종합 PMI는 51.0으로 속보치 51.2를 밑돌았고, 7월 생산자 물가는 연간 기준으로 2.1% 하락해 로이터 설문이 예상한 2.5%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트레이드네이션의 수석 시장 분석가 데이비드 모리슨은 "유로존의 서비스 PMI 혼조세는 시장에 널리 퍼져있는 우울함을 상쇄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은 이번 주(6일)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매수를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 시장의 '공포지수'인 유로스톡스 변동성지수는 지난 8월 9일(40.43) 이후 최고 수준인 19.87까지 치솟았다.
특징주로는 볼보자동차가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폐기한 후 5.88%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