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日 정국에 엔화 153엔대로 '뚝'...증시도 부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정계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되면서 엔화와 일본 증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민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이시바 총리에 대해 책임론과 함께 총리 교체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일본 정국에 드리운 불확실성은 엔화와 일본 증시를 압박하는 동시에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 엔화 3개월래 최저로 '뚝'…닛케이 선물도 하락
총선 결과가 전해지자 28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한 때 153.30엔까지 오르며 7월 31일 이후 최고치(엔 약세)를 기록한 뒤 전 거래일 대비 0.48% 오른 153.12엔을 지나고 있다.
일본 정국 불안감을 선반영하며 이미 지난주 2.7% 하락한 닛케이지수는 28일 추가 하락할 모양새로, 닛케이 선물은 3만7605로 지난 금요일 종가인 3만7913.92보다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싱가포르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의 일본 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 사무엘 호앙은 "선거 결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단기적으로 시장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전후 역사에서 오랜 기간 집권해 온 자민당이 패배한다는 것은 정치적 격변이라면서, 엔화와 일본 주식 매도가 촉발되고 일본 국채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넓게 보면 이러한 충격이 일본은행(BOJ)의 통화 정책 수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이 잠재적 파트너가 될 수도 있는 야당의 정책 스탠스로 쏠릴 수 있다고 짚었다. 야당 중 다수는 저금리 정책을 선호하며, 시장이 보다 공격적인 정부 지출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즈호증권 일본 수석 전략가 오모리 쇼키는 "좋은 팀워크를 보여주고자 한다면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재정 정책이 우선이 될 것이며, 대규모 재정 지출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BNY 분석가들은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의 즉각적인 필요성을 경시하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추가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부채질해 달러/엔 환율이 다시 155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BOJ는 30일 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미즈호의 오모리는 총선 결과 발표에 앞서 "달러/엔은 주로 미국 데이터에 달려 있다"면서 선거 결과가 예상에 부합할 것 같기 때문에 28일 엔화가 팔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이벤트가 지나갔다는 점에 안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총선이 박빙의 미국 대선을 약 9일 앞두고 진행된 만큼, 투자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및 공화당의 상원 및 하원 장악 가능성에 따라 달러 강세와 채권 수익률 상승 가능성을 저울질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