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위비 '밀실 협상' 논란...지출항목 신설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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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2026년부터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이 얼마나 지불할 것인지를 정하는 제12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는 지난 4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첫 회동을 가진 이후 4개월 동안 7번이나 만났다. 특히 지난달 27~29일 서울에서 열린 7차 회의는 6차 회의 이후 2주 만에 재개된 것이었다.

협상이 이처럼 빠른 주기로 빈번하게 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양측이 구체적인 현안을 놓고 집중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처럼 빠르게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비해 협상 내용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정부는 7번의 회의가 열리는 동안 한 번도 이 문제와 관련된 언론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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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외교부] 2024.07.10

과거 SMA 협상이 지금처럼 '깜깜이'로 진행된 적은 없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는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가 대단히 높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밀실 협상'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12차 SMA는 과거와 달리 매우 일찍 시작됐다. 보통 현행 협정을 1년 정도 남기고 차기 협정을 시작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협정 만료를 2년 가까이 남겨둔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조기에 협상이 시작됐다. 이를 두고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것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2차례의 SMA 협상에서 터무니없는 증액을 요구하며 한·미 관계의 근간을 뒤흔든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미국 대선 전에 최소 5년 이상 효력을 갖는 SMA를 타결시켜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그의 임기 내에 SMA 협상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미 대선 전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미 대선을 시한으로 협상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마련과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강화를 위해 방위비 분담이 합리적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례 없이 조기 협상에 착수해 철저한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점 때문에 양측이 분담금 액수와 기간 등을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방위비 분담을 위한 새로운 제도를 논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MA는 방위비를 한·미가 분담하기 위한 '특별협정'이다. 1966년 체결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5조에는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전액을 미국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은 1991년 한국의 경제력 신장을 이유로 한국에 주둔비용 분담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한·미는 1991년 SOFA 5조에 대한 예외 협정으로 '한국인 근로자 고용을 비롯한 다른 경비'를 한국이 부담하도록 하는 SMA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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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처음에는 분담금 액수가 미미했으나 SMA를 개정할 때마다 액수가 늘어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 문제를 놓고 한·미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특히 지난 11차 SMA 협상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 본토 병력 순환 배치 비용, 한·미 연합훈련을 위한 역외 병력·장비 한반도 투입 비용 등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SMA는 분담금의 지출 항목을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 군사건설비(시설 건설 지원),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 지원) 등으로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또 억지로 명분을 만들어 늘려준다고 해도 지출 항목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계속 금고에 돈이 쌓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번 12차 SMA 협상에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전략자산 전개 비용·순환 배치 비용·역외 훈련 비용 등을 요구하려면 분담금의 지출 항목을 신설하는 등의 제도 개선과 협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양측이 현재 분담금 액수나 협정 기간 등을 논의하기 앞서 현행 SMA의 틀 자체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외교부는 지난 7월 분담금 결정 방식을 현재의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바꾸는 체제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밝혀져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미 안보협력에 정통한 전직 관료 출신의 소식통은 "현행 협정으로는 미국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올려줘도 쓰지 못하는 구조"라며 "미국이 한국의 분담금 증액을 위해 먼저 SMA의 틀을 새로 짜려 할 것이라는 관측은 매우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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