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조기 귀국으로 논란 봉합...호주와의 외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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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이종섭 주 호주 대사가 출국 11일 만인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다시 돌아왔다. 통치권자에게 전권을 위임받아 임지로 부임한 특명전권대사가 이처럼 이른 시일 내에 다시 국내로 들어오게 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이 대사 조기 귀국을 알리며 "다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 대사 임명과 출국 과정에서 빚어진 정치적 혼란이 해결됐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호주와의 외교에 씻기 어려운 오점을 남긴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인식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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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03.21 [email protected]

정부는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으로 사법 당국의 조사를 피할 수 없는 이 대사를 주요국 공관장에 임명하고 논란이 일자 무리하게 조기 출국시켰다. 이에 대한 국내적 비판여론이 비등하면서 코 앞에 닥친 총선에 대형 악재로 작용하기 시작하자 정부는 서둘러 이 대사를 조기 귀국시켰다.

정부는 25일부터 시작되는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이 귀국 목적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회의는 여론 압박에 못이겨 조기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급조된 회의체인 것이 명백해 보인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에는 정치가 개입돼 있다. 이번 사태는 국내 정치적 목적 때문에 외교가 희생된 전형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대사의 임명과 출국, 조기 귀국이 숨가쁘게 이어지는 동안 정부가 이번 일로 호주와의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조금이라도 인식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호주는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외교 상대국이다. 호주는 미국의 핵심 대외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가장 믿을만한 파트너 국가다. 이 때문에 한국에게도 호주의 외교적 비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커진 상태다. 특히 한·미 동맹 강화를 외교의 제1원칙으로 삼는 윤석열 정부는 호주와의 외교에 각별한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수사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하고 도피시키듯 출국시켰다가 국내정치적 고려 때문에 불과 열흘만에 다시 불러들이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한국은 호주와의 외교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외교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다 국격을 훼손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14일 윤 대통령의 독일 국빈방문을 불과 나흘 앞두고 전격 취소하는 이례적인 결정으로 외교적 파문을 일으킨 것도 '국내 정치적 고려'라는 요소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쿠바와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공한을 교환하자마자 마치 쿠바가 북한을 버린 것처럼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도 어렵게 수교 결정을 내린 쿠바에 대한 배려없이 국내정치적 효과만을 의식한 탓이다.

은퇴한 외교관 출신의 한 교수는 "국내정치와 외교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존재이긴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외교를 정치에 희생시킨 경우는 드물다"면서 "당장의 정치적 손익 계산에 몰두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는 것은 단기간에 만회할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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