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급조'된 회의 참석 명분으로 2주 만에 자진 귀국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이 된 이종섭 주 호주대사가 논란 속에 출국한지 2주일도 안돼 다시 귀국한다.
외교부는 20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외교부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 주관으로 오는 25일부터 주요 방산 협력 대상국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호주 등 6개국 주재 대사들이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종섭 주 호주 대사 [email protected] |
외교부는 이어 "이번 회의에서 주요 방산협력 대상국 주재 공관장들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와 현지 정세와 방산 시장 현황, 우리 방산기업들의 기회요인 및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수출수주 여건, 정책적 지원방안 등을 논의하는 한편, 주요 방산기업과 우리 무기 체계의 운용 현황을 시찰하고 관련 기업들과 현장 토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다음달 말 열리는 재외 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사 출국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여당 내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기 시작하자 조기 귀국을 결정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당초 공수처의 소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귀국해 수사를 기다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 대사 문제 처리를 두고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이 커지자 조기 귀국해 자진해 조사를 요청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회의'는 아직 일정 조차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급조'된 회의체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 문제나 특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재외 공관장 회의는 가끔 열리지만 방산 협력을 주제로 하는 소규모 공관장 회의는 이전에 없었다.
주호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종섭 대사 인사말 [주 호주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
이 대사는 어차피 한달 뒤에 전체 재외공관장 회의 때문에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전에 별도로 소규모 공관장 회의를 해야할 만큼 '방산 협력'이 시급한 사안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회의 주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회의가 25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누가 주재를 할 것인지, 몇 차례나 할 것인지, 어떤 형식으로 할 것인지 등등에 대해서는 전혀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다.
외교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3개 부처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6개국 공관장이 참석하는 행사라면 일정 조율에만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사전 준비도 없이 갑자기 무슨 회의가 되겠느냐"면서 "이 대사의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회의를 급조하고 다른 5개국 공관장을 들러리로 세운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