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만든 짐 오닐 "브릭스, 15년 간 성과 없어...中·印 협력이 관건"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브릭스(BRICS)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짐 오닐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브릭스의 도전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고 평가했다.
2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닐은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릭스가 미국 달러에 도전하는 것은 중국과 인도가 분열돼 무역 협력을 거부하는 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로 남을 것"이라며 "브릭스가 주요 7개국(G7) 같은 글로벌 경제 클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어떤 대안적인 글로벌 그룹을 자처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고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릭스 정상회의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신흥국들, 특히 목소리가 큰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을 배제한 대안적인 글로벌 모임에 속해 있고, 글로벌 거버넌스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회의라고 여겨진다"며 "브릭스는 지난 15년 동안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방이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없이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처럼 미국과 유럽 없이는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짐 오닐은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2001년 보고서에서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거대한 성장 잠재력과 이들을 포함하기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브릭(BRIC)'이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
기존의 '브릭'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아랍 에미리트가 추가된 브릭스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영향력에 대응하고자 하며, 최근에는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주도적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되고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사실상 중국 위안화로만 거래 중이지만 거래 대금을 지불할 만큼 위안화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역시 서방의 견제를 받고 있는 만큼 브릭스 자체 결제망 구축 등에 적극적이다.
브릭스는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간 달러 사용을 줄이고 국제통화기금(IMF)을 대체할 자체 기구를 설립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올해 정상회의 뒤 채택된 '카잔 선언'에는 새 투자 플랫폼 창설 지지 내용과 함께 브릭스 국가 간 무역 절차 단순화 및 금융 분야 협력 강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회원국 간 이해관계 또한 복잡한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중국과 인도가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관계에 있는 것이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오닐은 "금융에 발을 들인 이후 달러 대체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됐지만 달러에 도전할 가능성 있는 그 어느 국가도 이를 진지하게 실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브릭스 통화 중에서는 중국 위안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것이며, 러시아와 브라질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 않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그는 "나는 정말 중요한 두 나라인 중국과 인도가 대립하기보다 실제로 합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브릭스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G20이 글로벌 거버넌스의 진정한 근간이 되지 못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중국이 자국 중심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브릭스는 명확한 목표가 부족하고, 전염병 백신 및 치료제나 기후변화 등 인류를 위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잔 로이터=뉴스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환영 리셉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