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구리의 귀환① 제조업 반전으로 뜀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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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주춤했던 구리 가격이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이유는 많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강인한 면모를 과시하는 가운데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반전의 기운을 축적하고 있다. 중국 정책당국이 가라앉는 경기를 부여잡기 위해 부양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주요 구리광물 산지에서는 생산 차질을 예고하는 사건이 급증했다. 그 결과 2분기부터 구리 수급이 완연한 공급부족 상태로 돌아서면서 구리 가격을 밀어올릴 것으로 기대됐다.

1. 제조업 반전 조짐

올 들어 구리 가격 흐름이 딱히 고무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말 톤당 8690달러를 넘어섰던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전기동) 선물 가격은 2월20일 기준 8500달러로 내려왔다. 새해 들어 작년말의 고점을 넘어서지 못한 채 갈지자 행보를 이어갔다.

사정이 있었다. 중국의 경기 불순이 지속됐다.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도 후퇴했다. 미국 국채 금리와 함께 강해진 달러는 구리 시장에 부담이 됐다. 

그렇다고 작년 10월 저점(7899달러)을 뚫고 내릴 만큼 하방으로 기세가 응집돼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난 한 주(2월12일~16일) 동안에는 4% 가까이 반등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했지만 당장 연준의 도움이 필요 없을 만큼 미국 경제는 강하다. 리세션 우려가 고조되는 것보다 금리인하 기대를 물리칠 만큼 견조한 매크로 환경이 원자재 수요 측면에서는 더 유리하다.

연초 발표된 미국의 고용과 임금 물가 지표는 연착륙 그 이상의 노랜딩(착륙거부 : No Landing) 혹은 재이륙(re-lift)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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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E 구리 선물 가격 추이 [사진=블룸버그]

지난해 지속적으로 가라앉았던 글로벌 제조업 경기에도 반전의 기운이 강하다. JP모건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새해 첫달 기준선(50)을 터치했다. 1년반 가까이 기준선(50)을 밑돌며 수축 영역에 머물다가 확장 국면에 다가섰다.

이달 초(2월1일) 공개된 미국의 1월 ISM 제조업 지수도 그 연장선이다. 전월 47.2에서 49.1로 상승했다. 수축 국면이 15개월 연속 이어졌지만 예상치(47.2)를 웃돌며 기준선에 한발 더 다가섰다. 눈여겨볼 것은 선행성이 강한 신규주문지수다. 전월보다 5.5포인트 오르며 52.5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다. S&P글로벌이 집계한 미국의 1월 제조업 PMI의 경우 전월보다 2.8포인트 오른 50.7로 집계됐다. 2022년 9월 이후 최고치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에서 재개방된 후 제조업 경기는 침울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보다 바깥 활동이 늘면서 가계 소비가 내구재에서 (먹고 마시고 노는) 서비스 쪽으로 빠르게 이동한 탓이다. 팬데믹 초기 공급망 차질에 혼쭐이 났던 기업들은 앞다퉈 재고를 쌓았는데 그 물량을 해소하느라 공장들의 활력은 떨어졌다. 그러다 새해 들어 주요국 공장들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늘고 있다.

이는 산업 부문의 핵심 원자재인 구리에도 유리한 환경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이 더 꺾이지 않고 끈적한 흐름을 이어갈 경우 인플레이션 헤지 측면에서 구리 등 원자재에 대한 선호가 증가할 수도 있다.

이번주 공개되는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의 제조업 PMI가 반등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되면 분위기는 더 고무될 수 있다. 다만 중국의 춘절 연휴(중국 공장들의 휴무)가 주변국 제조업 PMI에 부담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연초 반복되는 계절적 현상인 만큼 설사 기대에 못미치는 숫자가 나오더라도 이러한 일회성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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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조업 PMI 동향 [사진=블룸버그]

2. 중국 수요

중국 경제는 구리 업황에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아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는 아직 이렇다할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조업도 우울하다. 통계국이 집계하는 1월 제조업 PMI는 전월 49에서 49.2로 살짝 반등했지만 넉달 연속 기준선에 못미쳤다. 물가지표는 가라앉은 내부 수요를 대변하며 더 짙은 디플레이션 기운을 풍겼다.

물론 경제도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침울한 경기 흐름만큼이나 정책당국의 행보도 바빠졌다. 전날(2월20일) 모기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권의 5년짜리 대출우대금리(LPR)가 종전 4.2%에서 3.95%로 25bp 인하됐다. 예상(10bp)보다 인하폭이 컸는데,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당국의 의지 표현으로 해석됐다.

대형 국유은행들은 화이트 리스트에 올라있는 부동산개발업체에 돈을 대기 시작했다. 이들의 프로젝트에 신규 대출을 집행하고 기존 대출을 연장하고 있다. 부동산 부문의 합리적 자금수요를 충족하라는 당국 요구에 부응한 행보다. 국유은행이 먼저 나섰으니 다른 은행들도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다음달초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공개될 재정의 부양 수위가 예상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이는 재정적자율 목표치와 지방정부 특수채 할당 규모, 중앙정부의 특수채 발행 여부 및 규모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당국의 마중물로 중국 경기가 안정감을 찾는다면 구리 시장에도 우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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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구리선물 추이[사진=eastmoney.com]

사실 작년 실망스러웠던 경기흐름에도 중국의 최종 구리 수요는 기대 이상이었다. 태양광과 풍력 등 녹색 에너지 부문의 구리 수요가 늘고 당국 독려 하에 부동산업자들이 기존 분양 프로젝트의 준공에 속도를 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작년 중국의 최종 구리 수요는 전년비 8% 증가했다. 태양광 섹터의 구리 수요가 147%, 풍력장치 쪽 수요가 101% 급증했다.

중국 구리제련협회에 따르면 1월 들어서도 중국의 정제동(Refined Copper) 수요는 전년동월비 21% 증가한 123만톤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기세가 단기적으로 주춤해질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계절적으로 중국의 원자재 수요는 춘절을 기점으로 4주 가량 감속 양상을 보이는데 전인대 승인을 거쳐 재정자금이 본격적으로 풀릴 때까지의 시차 때문이다. 그러다 3월말부터 원자재 수요는 다시 강해지곤 했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 중국의 구리 수요는 당분간 주춤하다 3월말 4월초 다시 확대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연간으로 중국의 구리 수요 증가세가 작년보다 밋밋하더라도 미국과 아세안 등 중국 바깥 수요가 회복되면서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중국의 구리수요 증가율(y/y)은 작년 8%에서 2.5%로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수요가 작년 3% 감소에서 올해 2% 증가로 돌아서면서 구리 가격을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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