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강달러 뉴-노멀 ② 숏 베팅 '흔들' 달러/엔 155엔 재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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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월가에 강달러가 '뉴 노멀'이라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2024년 초 이후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월가의 큰손들은 하락 베팅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다.

중국인민은행(PBOC)의 통화완화 정책에 위안화의 하락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엔 환율이 155엔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최근 수 주 동안 월가의 큰손들이 2023년 12월에 설정했던 달러화 하락 베팅 포지션을 청산하는 움직임이다.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그 밖에 투기거래자들을 포함한 투자자들이 달러화 숏 포지션 가운데 최근 1~2개월 사이 늘어난 물량을 청산했다는 얘기다.

몬트리올 소재 자산운용사 피에라 캐피탈의 캔디스 뱅선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치 수정이 달러화에 반영되는 모습"이라며 "금리 인하 기대감의 후퇴가 국채 시장에 이어 달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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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인덱스(왼쪽)와 이머징마켓 통화 지수(오른쪽) [자료=JP모간]

월가는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추가 상승을 점친다. JP모간은 보고서를 내고 "달러화의 최근 강세 흐름에는 예외적인 국채 수익률과 예외적인 경제 성장, 여기에 예외적인 주식시장 강세 흐름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실물경제나 자산시장 수익률 측면에서 유럽과 중국에 대한 상대적인 동력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JP모간은 이번 보고서에서 유로/달러 환율이 1.085달러 선에서 2024년 중반 1.05달러까지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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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추이와 1월 전망 [자료=경제분석국, 블룸버그]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6~7월까지 3% 이상 하락한 뒤 연말까지 내림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도이체방크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유로/달러가 2024년 2분기 말 1.07달러까지 떨어진 뒤 하반기 1.05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이체방크는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로존의 경제 펀더멘털에 커다란 온도 차이가 벌어지면서 달러화 강세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JP모간이 집계하는 이머징마켓(EM) 통화 지수는 2월26일(현지시각) 기준 46.5를 나타냈다. 지수는 2019년 3월1일 63.3에서 가파르게 떨어졌다.

로이터의 서베이에 따르면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2024년 달러화에 대한 이머징마켓 통화의 강세 흐름을 예상했지만 1월 고용 지표가 강한 호조를 이루면서 반전을 일으켰다.

1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35만3000건에 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투자자들 사이에 미국의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과 연준의 피벗에 대한 확신이 한풀 꺾였고, 터키 리라화부터 칠레 페소화까지 신흥국 통화가 하락 압박을 받았다.

월가가 주시하는 엔화를 둘러싼 전망 역시 흐리다. 특히 1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된 이후 투자은행(IB) 업계는 150엔 선에서 거래되는 달러/엔 환율의 추가 상승을 예상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율 기준 2.2% 상승했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일본 인플레이션은 2023년 12월 연율 기준 2.6% 상승한 뒤 1월 수위를 상당폭 낮췄다. 여전히 일본은행(BOJ)의 목표치인 2.0%를 웃돌지만 이번 지표가 제로금리 종료의 근거를 약화시킨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2023년 4분기 일본 경제가 공식적인 침체에 진입한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물가 지표가 또 하나의 부담 요인이라는 얘기다.

무디스의 스테판 앤그릭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통해 "일본은행(BOJ)이 시장의 예상대로 4월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한다 하더라도 경제 펀더멘털이 부진한 상황에 기준금리를 0% 위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2월29일 발표되는 미국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를 기다리고 있다. 월가의 전망치는 전월 대비 0.4% 상승이다. 또 3개월 기준 상승률이 재차 연율 기준 2% 선을 뚫고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ING는 보고서를 내고 1월 미국 PCE 물가 지수가 시장 전망치보다 큰 폭으로 상승,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한 차례 더 후퇴시키는 한편 달러화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스터 엔'으로 통하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이 제시했던 달러/엔 155엔 전망이 다시 소환됐다.

사카키바라 재무관 이외에 미즈호와 TS 롬바드, JP모간 등 다수의 투자은행(IB)이 달러/엔이 155엔까지 뛰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늦춰지는 한편 일본은행(BOJ)의 3~4월 중 제로금리 종료가 불발될 경우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데 월가는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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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 [사진=블룸버그]

2023년 말 일부 애널리스트가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전망을 근거로 2024년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130엔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지만 연초 기류 변화가 뚜렷하다.

경제 펀더멘털과 통화정책, 뉴욕증시의 상승 랠리 이외에 정치권 변수도 달러화의 상승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주요 외신은 전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선거에서 승리, 또 한 차례 무역 전쟁을 일으킬 경우 적어도 단기적으로 달러화에 호재라는 판단이다.

블룸버그는 일반적으로 특정 국가가 수입 관세를 동원해 무역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설 때 외환시장은 해당 통화에 대한 상승 포지션으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전쟁이 달러화의 상승을 자극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도 달러화에 간접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앞세워 2주간 최고치로 올랐던 금값이 강달러에 주춤하는 등 자산시장에 파장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만, 강달러 추세에 걸림돌이 될 변수도 없지 않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격한 무역전쟁이 이른바 '탈달러'를 가속화시켜 달러화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슈로더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이용해 대규모 재정 적자에 따른 후폭풍을 모면하는 실정"이라며 달러화의 입지가 흔들리면 국가 재정과 함께 달러화 가치에도 커다란 흠집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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