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애플·테슬라 등 기술주 약세에 이틀 연속 하락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5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최근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던 기술주가 약해지면서 증시 전반은 약세를 보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의회 증언을 앞둔 점도 이날 주식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키웠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4.64포인트(1.04%) 내린 3만8585.19에 마감했고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2.30포인트(1.02%) 밀린 5078.65로 집계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67.92포인트(1.65%) 하락한 1만5939.59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과 테슬라 등 기술주의 약세는 이날 주식시장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급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2.8% 하락 마감했다. 최근 애플 주식은 인공지능(AI) 붐에 뒤처졌다는 평가 속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 역시 이틀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전날 중국산 차량 출하 감소 소식에 7% 넘게 밀렸던 테슬라는 이날도 3.9% 내렸다. 테슬라의 독일 베를린 공장이 방화 공격에 따른 화재로 이번 주 가동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여기에 또 다른 전기차 기업 니오(Nio)의 실망스러운 차량 인도 가이던스도 업계의 전반적인 수요 둔화 우려를 부각하면서 테슬라 주가 하락에 기여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넷플릭스는 각각 2.96%, 2.81% 내렸으며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도 0.51% 하락했다. AMD는 AI 첨단 칩의 중국 판매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보도에 0.11% 밀렸다.
다만 기술주 강세가 오래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에드워드 존스의 크레이그 페르 투자 전략 책임자는 "오늘 우리가 기술주에서 보는 약간의 약세는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한 강세의 일부"라며 "도중에 잠시 쉬어가는 것은 합리적이고 심지어 건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지적했다. 슬레이트 스톤 웰스의 케니 폴카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나무는 하늘까지 자라지 않는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기술 종목 중 일부가 실제로 투자자들이 그들에게 부여한 높은 가치에 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JP모간 체이스 애 코의 마코 콜라노빅 전략가는 미국 주식과 비트코인의 랠리가 시장에 쌓이고 있는 거품을 나타낸다고 판단했다. 반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전략가는 기술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펀더멘털에 의해 지지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통신] |
전반적으로 이날 시장에서는 리스크-오프(risk-off, 위험 회피)가 강한 편이었다. 6만90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비트코인을 제외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과 채권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15.60달러(0.7%) 오른 2141.90달러에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내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과 8일 2월 고용 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과 지표에 따라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움직일 수 있다.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내렸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오후 3시 기준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8.2bp(1bp=0.01%포인트) 내린 4.136%를 기록해 지난달 1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은 5.6bp 밀린 4.550%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업종별로는 기술업이 2.19% 하락했으며 재량 소비업도 1.31% 밀렸다. 반면 에너지는 0.74% 상승했다. S&P500 11개 업종 중 상승 섹터는 3개, 나머지 8개 업종은 하락했다.
종목별로 보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낸 유통업체 타겟은 12%대 급등했다. 반면 비트코인 급등 속에서 전날 24년래 최고치로 올랐던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날 21.21% 급락했다.
경제 지표는 다소 약해졌다. 미국의 서비스업 확장세는 다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관리자협회(ISM)는 2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6으로 한 달 전 53.4보다 하락했다고 밝혔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2월 서비스업 PMI가 53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12월 공장재 수주는 전월 대비 3.6% 하락했다. 이는 2.9%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 예상보다 더 큰 폭의 둔화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공장재 수주는 1.6% 줄었다.
미 달러화는 통화별로 혼조세를 보이며 보합권을 유지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보다 0.03% 내린 103.80을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01% 밀린 1.0855달러, 달러/엔 환율은 0.41% 하락한 149.91엔을 각각 가리켰다.
국제 유가는 내림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59센트(0.8%) 내린 78.15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은 76센트(0.9%) 하락한 82.04달러를 나타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9.04% 오른 14.71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