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 또 경신한 한국" 집중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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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지난해 한국 합계 출산율이 0.72명으로 지난해 세계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자 외신에서도 한국 저출산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안정적인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율인 2.1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자 2018년부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유일하게 합계 출산율 1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구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지출한 국가이지만 4년 연속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2023년에도 급격한 하락세를 이어갔다"며 주요 문제로 여성들의 경력 단절과 자녀 양육에 드는 재정적 부담 등을 꼽았다.

여성의 소득은 남성의 약 3분의 2 수준이라며 한국이 OECD 국가 중 성별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심각하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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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사진 [사진=뉴스핌 DB]

로이터통신은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경험을 쌓지 못한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육아를 혼자 하는 경우가 많고, 휴직 후 다시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제품 제조사에 종사하는 결혼 3년차 34세 여성 K씨는 "아이를 가질 계획은 있지만 승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해 아이를 갖기 위해 체외 인공수정(IVF) 시술을 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결국 경력 쌓기를 택했다면서 "해외에서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주 2~3일만 일하겠다고 하면 갈 수 있는 회사가 없다"고 한탄했다.

로이터는 "특히 한국에서는 여성이 임신하려면 결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면서 그러나 "혼인 건수도 꾸준히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에 따른 전공의 파업 사태가 한국의 인구학적 위기 초기를 반영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 경신 지속하는 한국'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사협회와 정부 간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며 "의사들은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3분의 2정도 늘리려는 계획을 철회해야 하는 이유로 낮은 출산율을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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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저출산율은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넘어 노동력 감소와 소비 둔화 등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 번영과 역동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가 준다는 것은 한국 군 병력도 감소한다는 의미여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0만 군대의 도발 위협을 받는 국가에 있어 국가 안보에 긴 어두운 그림자"라고 표현했다.

또한 저출산은 인구 고령화를 가속해 향후 일본처럼 노인들을 위한 정책에 초점을 두는, 이른바 '실버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은 자연스레 인구가 많은 노인들에게 기댈 것이고 그들에게 지원을 집중하게 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차세대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하는 선순환 경제를 깨뜨릴 것"이라며 "의료부터 복지까지 지출 수요는 늘어나고 청년층이 줄면서 세수는 줄어들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에서는 출산을 꺼리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며 치솟는 주택 비용부터 치열한 경쟁 환경에 불러온 값비싼 자녀 교육비, 커지는 성별 갈등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이 '국가 소멸' 위기론까지 번지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국 워싱턴주립대 보건지표평가연구소(IHME) 자료를 인용, 지금 같은 출산율 하락 속도라면 오는 2100년에 한국 인구는 현재의 절반인 2680만명이 된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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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시민들이 두터운 외투를 입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  2023.11.30 [사진=뉴스핌 DB]

영국 BBC방송은 '한국 여성은 왜 아이를 안 낳을까' 궁금증에 서울 특파원이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5년 전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갖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30세 TV 프로듀서 예진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고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는 친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장에서 저녁 8시에 퇴근하면 아이 키울 시간도 나지 않는다며 "회사에서 아이를 가지면 퇴사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력이 있다"고 알렸다.

BBC는 감당하기 힘든 주거비는 세계 공통 문제이지만 사교육비는 한국의 독특한 점이라고 평가했다. 4세부터 아이들은 수학과 영어, 음악, 태권도에 이르기까지 수업을 듣게 되고 이러한 관행은 널리 퍼져 있어서 내 자녀에게 이런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자녀를 실패로 이끄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사교육 열기가 한국을 아이를 키우기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로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방송은 "선진국에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만큼 극단적인 경우는 없다. 미래도 암울하다"며 "50년 후에는 근로 연령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국가 의무 병역에 참여할 인구는 58% 줄어들 것이며 인구의 거의 절반이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구학적으로 위태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자 기증을 통해 여성이 임신하거나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양성애자이자 동성 파트너를 둔 27세 민성씨는 "나는 아이를 갖고 싶다. 가능하다면 10명이라도 갖겠다"며 "언젠가 사회적으로 변화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갖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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