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 헌법에 '낙태의 자유' 명시...세계 최초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프랑스 의회가 4일(현지시간) 여성의 낙태 권리를 명시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프랑스는 낙태의 자유를 헌법 상에 명시한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됐다.
프랑스 의회는 이날 파리 베르사유궁전에서 상원·하원 특별회의를 열어 여성의 낙태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추가된 헌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780표 대 반대 72표로 가결했다.
양원 합동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의원 5분의 3인 512명이 의결 정족수였는데, 표결에선 찬성표가 이보다 훨씬 많았다.
이에따라 개정된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여성 낙태의 자유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프랑스 의회. [파리=로이터 뉴스핌]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개헌안이 통과되자 소셜미디어 X 계정을 통해 "이는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환영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도 이날 베르사유궁에 모인 의원들을 향한 연설에서 "우리는 모든 여성들에게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이며, 아무도 당신을 위해 결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수천 명의 파리 시민들은 파리 중심가에 있는 드루아 드 롬 광장 (인권 광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헌법안 통과 장면을 지켜보며 환호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프랑스의 이같은 결정은 미국에서 여성의 낙태 권리가 축소되거나 위협받는 상황과 대비된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프랑스 정치권은 지난 2022년 6월 보수파 우위의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리자, 헌법에 낙태의 자유를 명시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