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美 상업용 부동산 위기 뇌관 ① 1조달러 대출 만기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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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해외 부동산 펀드에서 눈덩이 손실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을 긴장시키는 가운데 미국 상업용 부동산 발 금융위기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미국 오피스빌딩 가운데 40%가 이른바 '깡통'으로 파악된 상황. 월가는 디폴트율이 10%까지 치솟으면서 은행권 위기로 번지는 시나리오를 경고한다. 60%에 달하는 주가 폭락을 연출한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사태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2월22일(현지시각) 미국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 따르면 2024년 만기 도래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여신이 9290억달러에 이른다.

전체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4조7000억달러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렙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물량은 1조5000억달러로 파악됐고, 2027년까지 만기 물량은 2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5~10년 전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 자산을 매입했던 건물주들은 이제 2~4배 높아진 금리에 대출을 연장하거나 자산을 팔아 빚을 갚아야 한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공실률이 가파르게 치솟은 한편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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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LA)의 빌딩숲 [사진=블룸버그]

미국 전체 오피스빌딩 가운데 44% 가량은 건물을 매각해도 대출 원리금을 전액 상환하지 못하는 소위 '깡통' 신세다.

부동산 시장의 한파는 고스란히 은행권 타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부분의 여신이 지역은행과 중소형 은행에 집중돼 있지만 월가는 은행권 전반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 두는 모습이다.

콜롬비아 대학 경영대학원의 토마즈 피스코스키 교수는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디폴트율이 2008년 대공황 당시만큼 오르거나 그 이상 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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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전 대비 오피스빌딩 입주율 [자료=JLL]

디폴트율이 10%까지 치솟으면 231개의 은행이 보유한 1조달러 규모의 자산 시가총액이 예금 자산을 밑도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예금 인출 사태가 확산,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2라운드가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피스코스키 교수는 디폴트율 10% 가정이 터무니 없지 않다고 주장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조사에서 자산 가치가 대출금을 밑도는 '깡통' 비중이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14%, 오피스빌딩 담보 대출의 44%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 따르면 2024년 만기 도래하는 9290억달러 규모의 여신 가운데 은행권 보유 물량이 4410억달러로 4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가 2340억달러로 25%를 차지했고, 비은행 여신 업체가 보유한 물량이 1680억달러로 18%의 비중을 나타냈다. 이 밖에 보험과 정부 기관이 각각 590억달러(6%), 280억달러(3%)를 보유중이다.

건물주들은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자산 매각보다 대출이나 채권 갈아타기를 모색하는 움직임이지만 재금융을 승인해주는 은행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미국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연간 보고서에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확산되고 있다"며 "은행권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손실이 늘어나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월31일(현지시각) 예상 밖 분기 적자와 배당 삭감을 발표한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후폭풍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은행의 적자 원인은 부동산 여신에서 잠재 손실 리스크가 커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5억달러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데 있다.

은행 주가는 실적 발표일부터 불과 5거래일 사이 60% 폭락, 20년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일본 아오조라 은행 역시 같은 상황이다.

큰 그림에서 볼 때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필두로 한 미국 지역은행 위기는 금리 상승을 공통 분모로 한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포함한 지역은행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과격한 금리 인상에 장단기 국채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고, 당시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의 자산을 인수하며 구원 투수로 나섰던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역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 한파에 홍역을 치르는 상황.

스탠포드 대학의 아미트 세루 재무학 교수는 보고서를 내고 미국 은행권이 금리 상승으로 인해 2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평가 손실을 떠안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조사 대상에 포함된 은행 가운데 10%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보다 커다란 평가 손실이 발생한 상태라고 그는 밝혔다.

세루 교수는 보고서에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잠재 손실이 아직 은행권 장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은행권 잠재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팬데믹 직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엇갈렸고,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기 때문에 은행권이 잠재 손실을 반영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오피스빌딩과 상가 등 건물들이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실정이고, 은행이 부실 여신에 대한 엄격한 평가에 나서야 할 때라는 의견이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의 제이미 우드웰 상업용 부동상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시장 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변동성, 여기에 부동산 가치에 대한 논란과 시장 펀더멘털과 관련한 불신까지 맞물려 자산 매각과 대출 차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MSCI 리얼 애셋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가운데 858억달러에 달하는 물량이 부실 여신으로 분류됐고, 잠재 부실 위험이 큰 것으로 판단되는 여신이 2346억달러로 집계됐다.

코메르츠방크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연준이 2023년 3월부터 제공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이 종료되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타격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라며 "디폴트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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