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총리 "푸틴이 가자지구로 가는 곡물 선박도 공격… 세계 식량 안보 위협"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가 흑해 연안의 우크라이나 항구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는 가운데 밀과 옥수수, 식물성 기름 등을 실은 민간 선박도 공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할 예정이었던 선박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필수적인 식량 자원 전달이 지연되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려고 세계 식량 안보에 도박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해안경비대가 흑해를 지나가는 한 상선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 국방정보국은 이달 5일부터 14일 사이에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와 인근 해역에서 최소 4척의 식품 운반 선박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유엔도 지난 21일 "러시아의 공격으로 지난 9월 1일 이후 민간 선박 6척과 항구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이런 공격 증가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 3대 곡창지대 중 한 곳인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터지기 전 세계 7위 밀 수출국이었다. 오데사 등 흑해 연안의 항구를 통해 매달 약 600만t의 곡물을 수출했다. 또 해바라기 기름은 세계 최대 생산국이었다.
우크라이나가 생산한 식량은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등 주로 저개발 국가에 공급됐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상선들도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남아프리카 등으로 향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습 침략을 시작한 직후부터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흑해 항구에 대한 집중 공습을 단행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남서부 육로를 통한 수출 회랑을 개척하고 드론·미사일 등을 동원해 집요하게 러시아 흑해 함대를 공격해 후퇴시켰고, 이후 흑해 곡물 수출은 일시적으로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도 했다.
스타머 총리는 "푸틴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 전역에 있는 수백만 명의 취약 계층을 해치고 있으며 야만적인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면서 "러시아는 국제 사회를 지배하는 규범과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