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고령' 다시 미 대선 중심에…"기자회견 오히려 사태 악화"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령과 기억력 논란이 다시 미국 대선 이슈 중심에 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안보 관련 문건 무단 유출 보관을 조사한 로버트 허 특별검사가 그의 기억력을 언급하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기억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해당 기자회견은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허 특검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문건 유출과 관련해 기소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보고 대통령을 "선의를 가진,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고 묘사했다. 허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부통령 임기가 언제 마무리됐는지 기억하지 못했다고 언급하는 등 구체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나의 기억력은 괜찮다"며 "나는 선의를 가지고 있으며 나는 노인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I know what the hell I'm doing)"고 말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허 특검이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아들이 사망한 연도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도대체 감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나는 그 질문을 받았을 때 '그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라고 생각했다"며 "그 누구도 그(내 아들)가 언제 죽었는지 그 누구도 나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적 예리함'(mental acuity)에 대한 논란은 임기 내내 지속해 왔다. 이번 주만 해도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자신이 만난 독일 총리의 이름을 앙겔라 메르켈이 아닌 지난 1998년 임기를 마치고 2017년 사망한 헬무트 콜이라고 답했다. 며칠 전에는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을 에마뉘엘 마크롱 대신 지난 1996년 사망한 프랑수아 미테랑으로 말했다.
호주 총리의 이름을 기억해 내지 못한 그가 "저 밑에 있는 그 친구"(that fellow Down Under)라고 언급하기도 했고, 장관들의 이름을 잘못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의 뻣뻣한 걸음걸이 역시 올해 81세인 그가 4년 추가 임기를 무탈하게 수행할 수 있냐는 우려를 낳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2.10 [email protected] |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당신이 아니어도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민주당 후보들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왜 당신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그것은 내가 미국에서 가장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받아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특검 발표 후 자신의 정신적 예리함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켜 주고 싶었겠지만, 분명히 화가 난 것으로 보인 그가 수개월간 민주당 지지자들을 초조하게 하던 언어적 오류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전날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사태를 설명하면서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멕시코 대통령으로 잘못 언급하는 등 실수를 저지르며 정신적 예리함과 관련한 의구심을 야기했다.
CNN도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격분하고 열정적으로 보였지만 동시에 그의 화가 난 모습과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는 등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것처럼 보였던 기자회견이 결국 그의 나이에 대한 의문을 더욱 악화시켰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설라드는 "특검의 보고서는 현재 바이든을 정치적으로 괴롭히는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고 있고 이것은 그가 (대통령직에) 걸맞지 않다는 광범위한 두려움이기 때문에 민주당에 문제가 된다"며 "정치적으로 가장 손상을 입는 것은 사람들이 이미 의심하던 것을 확인해 줄 때이고 이런 것들은 매우 빠르게 확산하며 이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