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美 24년만의 '국채 바이백' ① 신의 한 수 기대하는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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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재무부가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실시하는 국채 바이백이 월가에 뜨거운 감자다.

2023년 말 기준 24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악화된 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가운데 나온 해법이기 때문.

지난해 3월 지역은행이 연이어 파산했던 당시 국채 바이백을 예고했던 미국 재무부는 2024년 1월 말 분기 국채 발행 계획(QRA)을 발표하면서 바이백의 구체적인 시간표를 재차 밝혔다.

4월 한 달 동안 시험적으로 국채 바이백을 실시한 뒤 5월부터 정기적으로 일정 물량을 흡수한다는 복안이다.

재무부가 5월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할 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로 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바이백의 배경과 방법, 효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국채를 되사들이는 것은 2000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후 처음이다. 20여년동안 꺼내지 않았던 카드를 빼 든 것은 세계 최대 국채시장의 유동성과 발행 성적을 둘러싼 우려가 날로 고조되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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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 [사진=블룸버그]

미국 국채 수익률은 회사채부터 모기지까지 각종 자금 조달 비용의 근간이며, 해외에서도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전세계 채권시장이 300조달러를 웃도는 사실을 감안하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추가 비용이 3조달러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때문에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과 수익률의 안정적인 흐름을 확보하는 문제는 전세계 자금시장 및 실물경기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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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 현금 자산 추이 [자료=재무부, 블룸버그]

미국 정부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재정적자 증가로 인해 국채 발행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는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 재정적자가 2조6000조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채 공급 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월가에서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국채 투자자들이 시위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미국 국채가 찍어내는 대로 팔리지만 투자자들이 재정 부실을 문제 삼아 매입에 나서지 않거나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만기 도래하는 국채의 차환 발행도 커다란 부담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23년 발행된 국채 가운데 85%가 만기 1년 이내의 단기물이다.

2024년 차환 발행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2023년 중반부터 장기물 국채 수익률과 기간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재무부가 단기물 발행 물량을 늘린 탓이다. 전체 국채시장에서 단기물의 비중은 22%를 상회, 재무부의 차입자문위원회(TBAC)가 제시한 15~20%를 웃돈다.

이미 2023년 하반기부터 국채 발행 금리가 상승하는 한편 입찰 수요가 위축되면서 프라이머리 딜러(시장 조성자)들이 떠안는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과 일본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축소한 데 따라 민간 자산운용사들의 비중이 높아졌고, 이들이 수익률에 보다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국채시장의 변동성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사실 국채시장의 유동성 악화는 팬데믹 당시부터 크게 부각됐다. 달러화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각국 정부와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발생한 결과다.

이어 예금 자산으로 국채를 매입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채 가격 급락에 파산하는 사태에 이르면서 국채 매입을 둘러싼 경계감이 한층 고조됐다.

부연하면, 국채 가격 하락으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장부에 평가손실이 점점 커지던 상황에 기업들은 대출 금리와 회사채 발행 금리 상승을 피하기 위해 예금을 빼기 시작했다. 은행은 예금 상환을 위해 손실을 떠안으며 국채를 팔아야 했고, 그 사이 유동성 위기설이 확산되면서 뱅크런이 발생하자 파산하고 말았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유동성이 위축되는 한편 변동성이 상승, 국채 거래가 힘들어진 한편 비용 역시 뛰었다.

2008년 이후 국채시장 규모가 네 배 확대됐지만 대형 은행들이 자본 요건 강화를 빌미로 거래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Supplementary Leverage Ratio)이라는 연준의 자본 규제로 인해 은행권은 총 익스포저 대비 자기자본을 3% 이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

그 사이 헤지펀드와 트레이더들의 매매 비중이 커진 것도 전반적인 유동성 여건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2023년 8월 2년6개월만에 처음으로 장기물 국채 발행 물량을 늘리기로 한 미 재무부가 2024년 1월까지 세 차례 연속 장기물 매각 확대를 발표하자 입찰 성적에 월가의 조명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워싱턴 포스트(WP)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던 2023년 3월 이후 미 국채시장의 유동성 지수가 여전히 적정 수준과 실제 수익률의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지는 가운데 재무부가 국채 바이백을 실시할 계획을 밝히자 일단 월가는 반색하는 표정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크 캐버너 미국 채권 전략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를 갖고 "프라이머리 딜러 입장에서는 반길 수밖에 없다"며 "국채시장에 궁극적인 매수 세력이 등장한다는 의미이고, 이로 인해 안정적인 가격 등락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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