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와 수교 전격 합의…25년 공들인 외교 숙원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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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정부가 14일 밤 예고도 없이 전격적으로 발표한 쿠바와의 외교 관계 수립 합의 소식은 25년 이상 공들여온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다.

쿠바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 혁명 이후 한국과는 냉전시대이 끝날때까지 아무런 외교적 접촉이 없었던 나라였다. 유엔 회원국 중 한국이 수교하지 않은 나라는 쿠바와 시리아 2개국 뿐이었다. 특히 쿠바는 북한과 매우 끈끈한 '사회주의 형제국'의 관계여서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정부는 그동안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최근 쿠바가 수교 협의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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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6일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 외교장관으로서는 최초로 쿠바를 방문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2024.02.15.

한국과 쿠바 관계의 접점이 마련된 것은 1999년 한국이 미국의 양해 아래 유엔의 대(對)쿠바 금수 해제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진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쿠바의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관계 개선의 물꼬가 열렸다. 2002년 코트라(KOTRA)가 쿠바와 처음으로 무역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2005년에는 쿠바 수도 아바나에 한국 무역관이 개설됐다.

그러나 쿠바는 한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민간 교류와 교역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도 당국간 공식접촉에는 매우 신중한 편이었다. 양국 간 수교협의는 물밑에서 꾸준히 이어져왔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한 쿠바 측의 요청으로 협의 과정은 대부분 극비리에 진행됐다. 한국 역시 미국과 쿠바의 관계에 보폭을 맞춰 수교 논의를 조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쿠바와의 협의 채널은 유엔의 양국 대표부와 멕시코 주재 양국 대사관 등을 통한 비공식 라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접촉은 대부분 여러나라가 참여하는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FEALAC) 등 다자 외교무대를 중심으로 이어져왔다.

그러다가 2016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공식 방문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양자 회담을 가지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이어 2018년에는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2018년 5월 제37차 유엔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ECLAC) 총회 참석을 계기로 로드리게스 장관과 회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 쿠바와의 수교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가 북한의 중요한 외교적 거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는 단순한 양자 외교관계 수립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5월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은 과테말라에서 개최된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와 각료회의에 참석하면서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 차관을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한국은 쿠바와 접촉해 대사급 수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정식 수교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이어져온 경제, 통상, 문화 등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였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와 'K-팝'이 쿠바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크게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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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8년 5월 10일 쿠바에서 개최된 제37차 유엔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ECLAC) 총회 참석을 계기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외교부] 2024.02.15.

한국와 쿠바의 수교 발표 이후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카스트로 혁명 성공 1년만인 1960년 쿠바와 수교한 이래 지금까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사회주의 국가의 정체성과 '반미'가 두 나라를 맺어주는 핵심 요소였다. 이 때문에 한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수교 합의에 북한이 크게 당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쿠바와 수교 합의 사실을 한밤중에 전격 발표한 것은 북한의 방해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면서 "쿠바 역시 이번 합의를 북한에 알리지 않고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과 쿠바의 수교가 북한에 주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일로 쿠바와 북한의 관계가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북한 주재 쿠바 대사관에 에두아르도 루이스 코레아 가르시아 신임 대사가 새로 부임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가르시아 신임 대사는 코로나 19로 평양 주재 외교관들이 모두 철수한 이후 중국, 몽골에 이어 세번째로 북한에 복귀한 외국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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