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A 칼럼] 회색 코뿔소 끌고 트럼프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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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영상 국제부장 = '트럼프의 귀환'  '트럼프의 재림'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미 대선까지 아직 10개월 여가 남았지만 현재까지는 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두 차례 치러진 경선에서 모두 압승을 거뒀다. 경쟁자였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첫 경선 패배 후 포기를 선언하고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남은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를 확인한 수준에 불과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도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로이터·입소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양자·다자 대결 모두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6%포인트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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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상 국제부장]

트럼프의 귀환이 현실성을 띠면서 세계 각국에서 '트럼프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란 구호를 외치며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정책이 재현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세계 패권 국가로서 미국의 의무에 연연하지 않는다. 국제적 질서, 동맹과의 연대, 자유무역 체제 수호 등의 가치는 미국 우선주의에 묻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그의 집권 4년동안 우리는 그러한 시대를 경험했다.

트럼프는 이미 자신이 재집권하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중국을 상대로 대규모 무역 전쟁을 새롭게 준비 중이라면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공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의 '디리스킹' 전략에서 미-중 충돌을 불사하는 '디커플링' 전략으로의 회귀는 세계 무역 질서를 뒤집고 파편화할 수 있으며, 보복 관세 도미노를 불러 인플레이션 심화와 교역 축소 등 글로벌 경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세계의 분단과 대립이 더욱 심화될 우려도 있다. 중동 전쟁 역시 그중 하나다. 재임 당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서 논란을 불러왔던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한층 강화하게 되면 중동 정세가 더욱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최근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최선의 방어책은 공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곱씹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뿐이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주도하에 트럼프의 귀환에 대비해 각 분야의 국익을 점검하기 위한 대책팀을 구성키로 했다. 대책팀은 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캐나다의 국익 수호를 위한 활동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미국에서조차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추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 하원은 지난 14일 현직 대통령이 임의로 나토를 탈퇴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 정부도 트럼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아직 협정 유효기간이 2년 가까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방위비 협상을 서둘러 시작하기로 했다. 또 IRA와 관련해 이르면 3~4월께 범정부 대응조직을 마련해 적극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 용어 중에 '회색 코뿔소'라는 말이 있다.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데도 방심하고 있다가 위험에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트럼프 리스크는 알고 있는 위험이고, 이미 한 번 겪어봤다. 하지만 방심하지 말고 더욱 세부적으로 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코 끝에 건 회색 코뿔소는 이미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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