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카 르네상스 활짝…"전기차보다 편리"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미래 지향적 기술과 미래의 꿈을 내세운 전기차가 급부상하면서 과거의 유물처럼 뒷전으로 밀렸던 하이브리드카가 최근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하이브리드의 대표 주자인 토요타의 프리우스가 지난 10년 동안 판매대수가 85% 감소한 것이 하이브리드카의 쇠퇴를 반증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크게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전년 대비 65%가 증가해 120만대를 넘었고, 시장 점유율은 5.5%에서 8%로 확대됐다. 판매된 신차 10대 중 1대가 하이브리드카(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포함)였다.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포드, 토요타 등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야심차게 하이브리드카 목표를 다시 꺼내들었다.
포드는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 생산 계획을 축소하고 대신 가격이 저렴한 F-150 하이브리드 생산을 20% 늘릴 예정이다. 포드는 올해 하이브리드카 판매 목표를 10만대로 4배 늘려잡았다.
토요타는 수개월 내에 렉서스 등 9종의 하이브리드 차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토요타는 2025 신형 캠리를 6월에 하이브리드카로만 선보이는 대담한 시도를 한다. 지난해 토요타는 29만대의 캠리를 판매했는데 이 중 하이브리드는 3만 5000대에 불과했다.
그랬던 토요타가 다시 하이브리드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토요타는 과거 2021년형 시에나 모델을 모두 하이브리드로 바꿔 미국의 베스트셀러 미니밴으로 만든 전력이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에서 64만대 이상의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했다. 이 회사 미국 전체 판매량의 29%다. 지난해 토요타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1만 5000대였다.
하이브리드카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토요타, 혼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4개 업체가 미국 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의 90%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은 GM, 폭스바겐 등이 전기차 전환을 서두를 때 지속적으로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투자해 왔다. 현대와 기아차는 테슬라를 제외하고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했다.
혼다의 지난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29만 4000대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어코드와 SUV차량 CR-V의 하이브리드 버전은 두 차종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이브리드카의 부상은 미국인 상당수가 전기차로의 전환을 수용하는 편이지만 전기차를 완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시장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는 "소비자들은 내연기관차의 편리한 경험을 그대로 갖기를 원하나 전기차는 아직 거기에 못미치고 있다. 가격도 여전히 높아 대부분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다"고 설명했다.
분석가들은 렌터카 이용자나 집에서 배터리 구동차를 충전하기 힘든 도시인들이 높은 가격과 충전의 어려움 때문에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고 본다. 하이브리드카는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고 몇 시간씩 충전할 필요가 없으며,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충전소 걱정을 안해도 된다. 또 하이브리드카의 배터리는 크기가 작아 일반 전기차 배터리보다 비용이 덜 든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하이브리드카 평균 구매 가격은 약 4만 2500달러로 전기차(6만 500달러)나 가솔린차(4만 7500달러)보다 낮았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주류 소비자들은 전기차가 나오자마자 재빨리 구매에 나선 사람들과 달리 자동차 메이커의 홍보나 교육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판매가 계속 늘고 있지만 전기차를 사는 사람들이 프리미엄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 점이 달라진 점"이라며 "이제 비용을 통제하고 광고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기아 미국법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스티브 센터는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대담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내연기관차가 잊혀지면서 모든 남아있는 가솔린차들은 하이브리드 형태로 전기화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아가 소비자와 규제 당국 모두 연료 효율성을 개선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를 원하기 때문에 가솔린차는 하이브리드화 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