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 안 듣는 이스라엘에 노심초사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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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전쟁을 치르는 이스라엘만큼이나 미국도 바쁘다. 흡사 동생이 사고를 칠까 형이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형국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3일(현지시간) 또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지난달 12일 첫 방문 이래 벌써 세 번째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정부와 가자지구 인도주의 지원을 위한 일시 교전 중단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거듭 휴전을 촉구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괴멸이란 굳은 의지를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미국도 한발 물러서 구호품 이동과 가자주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잠깐만 교전을 멈춰달라는 입장인데 동생(이스라엘)이 좀처럼 형 말을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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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진 국제부 기자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조치로 가자지구 주민 약 220만여 명이 식수와 식량이 없어 죽을 위기에 놓였다. 구호품을 실은 트럭 행렬이 가자지구 남부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유입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주민들이 이스라엘군 폭격에 사망하기 전에 아사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31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에서의 "공중 보건 참사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기구는 연료와 의료품 부족으로 수천 명의 입원 환자도 죽을 위기에 놓였다고 말한다.

동생은 형 말을 선택적으로 듣는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중순 가자지구 전역의 총 3개의 수도관 중 하나를 개방했는데 이는 미국이 압력을 가한 결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개시한 지난 27일 오후에 차단했던 가자지구 내 전화·인터넷 등 통신망을 그다음 날 풀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이 전면적인 지상전을 다짐했다가 '형' 말에 제한적인 지상 전투로 전략을 수정했단 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론이다. 현재 이스라엘 지상군은 하마스의 핵심 자원이 밀집된 가자시티로 곧장 진격하지 않고 주로 외곽에서 제한적인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전쟁 '두 번째 단계'로 묘사, '세 번째 단계'가 지상전 확대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빌랄 사아브 등 많은 전문가는 이스라엘의 군사 전략 수정이 미국의 압박이 통한 결과라고 본다. 가자지구 인구 절반이 사는 가자시티와 북가자 지역에는 아직 피란길을 떠나지 않은 주민이 상당하다. 시가전은 대규모 민간인 희생만 낳을 뿐이다.

익명의 한 미 행정부 관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일시 교전 중단은 "양국이 비공개로 계속 소통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귀띔했다.

미국이 이처럼 이스라엘 단속에 나서는 배경은 재선 도전에 나서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속사정에 있다. 우선 이스라엘 전쟁에 관한 미국인의 관심이 크다. 무려 96%가 이스라엘 국민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연일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눈물의 가족 인터뷰를 보도하고 있다. 하마스가 자국민 인질을 처형하거나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는 등 변수는 바이든 재선 가도에 결코 좋지 않다.

바이든 지지율은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달 2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37%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75%로 직전 달(86%)보다 무려 11%포인트(p) 급감했다.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최근 아랍계 미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지난 2020년 60%에 육박했던 바이든 지지율은 3년 새 17.4%로 폭락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 편만 드는 바이든에게 아랍계가 등을 돌린 결과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도는 5%p 상승한 40%로 집계됐다.

결국 바이든은 민주당 지지층에서마저 급격히 인기가 시들고 있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민간인 피해만큼은 최소화하고 싶을 터다. 당분간은 동생 쫓기에 바쁠 바이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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