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영란은행, 기준금리 동결…인하 가능성 배제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영국의 중앙은행 영란은행(BOE)이 2일(현지시간) 금융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5년간 최고 수준에서 동결했다.
영란은행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MP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로 유지했다. 영란은행은 1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지난번 회의부터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날 공개한 성명에서 영란은행은 잇단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가 아직 영국 경제에 절반밖에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차입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정은 위원 6명의 찬성과 3명의 반대로 이뤄졌으며 경제 전문가 전망과 일치했다. MPC 위원 중 메건 그린 위원과 조너선 하스켈 위원, 캐서린 만 위원은 기준금리를 5.5%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영란은행은 "MPC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통화정책은 오랫동안 제한적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꾸준한 인플레이션 압력의 징후가 나타나면 추가 통화정책 긴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에도 영란은행은 금리가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에서 충분히 오랫동안 유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2% 목표치로 하락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달 금리를 변경하지 않았지만,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며 금리 인하를 생각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영란은행.[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11.02 [email protected] |
영란은행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1년여 전 11.1%에서 최근 6.7%로 하락했지만, 영란은행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영란은행은 지난 3분기 영국 경제가 거의 성장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4분기 0.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2024년 경제 성장률은 제로(0), 2025년에는 고작 0.25%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저조한 성장세 속에서도 인플레이션은 오는 2025년이 돼서야 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영란은행이 더는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 MP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 나선 베일리 총재는 영란은행이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지는 앞으로 나올 지표에 달렸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급등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왔던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긴축 행보를 중단하는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후 지난달 말 회의에서 금리를 처음으로 동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유지했다.
영란은행의 발표 이후 외환시장에서는 영국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 오전 8시 52분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0.57% 오른 1.2219달러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영국 국채(길트) 금리가 속락 중이다. 10년 만기 영국 국채 수익률은 같은 시각 전장보다 16bp(1bp=0.01%포인트) 내린 4.339%를 가리켰다.
JP모간 프라이빗 뱅크의 사무엘 지에프 글로벌 외환 전략 책임자는 "영란은행은 추가 긴축을 위해 인플레이션 지속성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지난 회의 이후의 데이터는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에프 책임자는 "당분간은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보기에 영란은행의 다음 조치는 금리를 낮추는 것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