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대주교 "사제 결혼 허용 검토할 때"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가톨릭 교회가 사제의 결혼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로마교황청 고위 성직자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보좌관인 찰스 시클루나 몰타 대주교가 7일 공개적으로 밝혔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몰타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훌륭한 젊은 사제를 결혼하려 한다는 이유만으로 잃을 수는 없다. 사제의 결혼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 결정할 때가 됐다"며, 자신이 이미 바티칸에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의 금욕 원칙 변경 가능성을 부인해왔지만, 금욕 원칙은 교회의 공식적인 교리가 아니어서 교황이 언제든 바꿀 수 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가톨릭 교회 성립 후 처음 천년 동안 사제의 결혼은 선택사항이었다며, 이제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성직자의 금욕 규칙은 12세기에 도입됐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남자는 성장해 관계를 맺고 여자를 사랑한다. 현재는 사랑하는 여자와 사제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비밀리 감정적 관계를 맺는 사제도 있다"면서, 사제직을 수행하면서 은밀히 로맨틱한 관계 속에서 사는 가톨릭 사제들의 존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이것이 몰타뿐만 아닌 전 세계적 현실이다. 우리는 자녀를 가진 사제들이 전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64세의 시클루나 대주교 겸 변호사는 몰타 대주교일 뿐 아니라 바티칸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의 하나인 교황청 신앙교리법정의 부서기이다.
2019년 가톨릭 주교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아마존 지역에서 기혼자의 사제직 임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을 때 바티칸도 규칙을 개정하려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바티칸의 가장 권위있는 성범죄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교황청 내에서 존경받는 고위 성직자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름을 받아 가톨릭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성직자의 성학대 사건을 조사해왔다.
2018년 칠레 오소르노의 한 교회에서 사제들과 만나는 시클루나 대주교 [사진=로이터 뉴스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