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채권 버블 터진다 ② 영원할 것 같던 저금리 종료,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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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고물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과격한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국채 가격 폭락이 실상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비롯된 채권 버블의 붕괴 수순이라는 의견이 꼬리를 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벤치마크 10년물을 포함한 장기물 국채 가격이 2020년 3월 고점에서 10월 초까지 46% 폭락했다. 특히 30년물 국채는 고점 대비 53% 내리 꽂혔다.

이미 국채시장은 2000년 주식시장의 닷컴 버블과 2008년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를 앞세운 주택시장 버블이 무너졌을 때와 흡사한 상황을 연출한 셈이다.

1970년 이후 7차례에 걸친 뉴욕증시의 베어마켓 평균 낙폭이 39%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국채 가격 폭락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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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독일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추이 [자료=블룸버그]

시장 전문가들은 뒤늦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40년 경력을 지닌 채권 트레이더 토마스 디 갈로마 BTIG 글로벌 채권 트레이딩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10년물 수익률 5%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모두가 영원한 저금리를 확신했던 금융위기 이후 상황에 갇혔던 셈"이라고 말했다.

2008년 연준이 제로 금리 정책과 함께 양적완화(QE)로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를 쏟아낸 이후 십 수 년에 걸쳐 주가와 채권이 동반 상승했고, 시장 전문가들은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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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평균 발행 비용 추이 [자료=블룸버그]

혹자는 자산시장에 '뉴 노멀'이 자리잡았고, 과거 주식과 채권의 매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두 가지 자산 중 한 가지가 커다란 오류에 빠졌고, 언젠가 잘못된 자산이 정상화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전히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연준의 피벗(pivot, 정책 전환)와 시장 금리 하락을 기다리는 가운데 거대한 채권 버블이 터지고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과거 닷컴 종목들이나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10년 이상 채권 버블이 거대한 몸집을 불렸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과 연준의 과격한 금리 인상에 한계를 맞았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의 스펙트럼에서 가장 보수적인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그 중에서도 특히 국채에 버블이 발생할 수는 없다는 통념을 흔드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아울러 채권 버블 붕괴라는 의견이 적중,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추가 상승하는 한편 고금리가 장기화될 때 주식부터 외환까지 금융시장 전반에 커다란 충격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존 스테펙은 미국 뿐 아니라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2020년 저점에서 수직 상승했고, 이는 버블이 무너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경고음은 수 년 전부터 나왔다. 2021년까지 32년간 영란은행(BOE)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한 앤디 홀데인은 2015년 6월30일자 보고서를 내고 금리가 바빌론 시대 이후 최저치로 내려 앉았다고 주장했고, 영국 금융 칼럼니스트 겸 저자 존 아더스는 2019년 채권 버블이 실존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야를 좁혀 2020년 이후 상황만 따져보자.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공포감이 극에 달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된 데다 연준의 통화완화에 국채 수익률이 바닥권으로 떨어졌다.

2021년 경제 활동이 재개됐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했지만 연준 정책자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진단을 고집했다.

하지만 2021년 말경 물가 상승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022년 말까지 고물가의 장기화 신호가 뚜렷했지만 투자자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고 기준금리 역시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에 빠졌다.

그리고 2023년 4분기를 맞은 현재 월가는 제로 금리 시대가 다시 오기 힘들다는 현실을 깨우치는 모습이다.

이른바 높은 금리의 장기화(higher for longer)가 전개되는 한편 '뉴 노멀' 이전의 '올드(old) 노멀'로 복귀하는 금융시장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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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 [사진=블룸버그]

팬데믹 사태로 재정적자가 껑충 뛰었고, 국채 발행 물량은 늘어나는데 연준이 더 이상 QE를 통해 자산을 사들이지 못하는 상황은 채권 버블이 영속되기 어렵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채권 버블의 뿌리를 찾는다. 당시 통화정책 측면에서 제로 금리 정책과 양적완화(QE)가 시행된 동시에 재정정책 측면의 대규모 부양책이 시행됐고, 상당수의 이코노미스트가 우울한 결말을 예고했지만 15년간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2010년대 초기만 해도 정부와 의회는 재정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초저금리에도 인플레이션의 실종이 장기화되자 이 같은 노력도 점차 후퇴했다.

2010년대 미국 뿐 아니라 선진국이 대규모 국채를 찍어냈지만 시장금리는 바닥권에 머물렀고, 뉴욕타임스(NYT)를 포함한 일부 외신과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상황을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으로 포장했다.

정부의 지출이 세수를 넘어서지 말아야 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철칙과 달리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화폐를 계속 찍어내야 한다는 것이 현대통화이론의 골자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미국 의회와 월가 일부 투자가들 사이에서도 동조론이 일었다.

팬데믹 당시 5조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이른바 '슈퍼 부양책'이 동면하고 있던 인플레이션을 깨우면서 상황은 급변했다고 CNBC는 설명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국채 수익률의 하락 반전을 겨냥해 '사자'로 대응하고 있지만 월가는 '해피 엔딩'을 장담하기 이르다고 경고한다.

퍼스트 이글은 보고서를 내고 "경기 침체가 오지 않으면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기 때문에, 그리고 침체가 오면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쌍둥이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두가 연준이 뭔가를 망가뜨리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실상 국채시장이 이미 망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터 부크바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내고 "국채 수익률이 레벨을 높이는 동시에 달러화가 하락하면 벼랑 끝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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