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 美 자금시장 적신호 ① SOFR이 보내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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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pivot,정책 전환) 예고에 뉴욕증시와 국채시장이 축포를 터뜨리고 있지만 자금시장에서는 적신호가 켜졌다.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뛴 것. 장단기 국채 수익률 하락에도 자금 시장이 이상 기류를 연출한 데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양적긴축(QT)을 배경으로 지목한다.

자금 시장의 유동성 지표로 통하는 역레포(RRP) 잔액이 2023년 들어 급감한 가운데 연준이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하 예고와 별개로 양적긴축(QT)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라 유동성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가 고조됐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레포(Repo, 환매조건부채권) 금리가 10%까지 치솟았던 지난 2019년 자금 시장 발작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는 미국 자금시장에서 하루짜리 레포(Repo) 금리가 11월 말 5.5% 선을 뚫고 올랐고, 이후에도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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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R 추이 [자료=뉴욕연은, 블룸버그]

레포 금리가 일시적으로 치솟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가라앉게 마련인데 이번에는 레벨을 낮추지 않으면서 월가의 조명이 집중됐다.

레포 금리는 단기 자금 거래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크고, 자금 시장 압박이 지속될 경우 연준의 통화 정책 운용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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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Repo) 금리 추이 [자료=블룸버그]

파장은 이미 확산되는 양상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이른바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이 12월1일 5.39%까지 상승했다. 이는 SOFR이 2018년 4월 리보(Libor)를 대체한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SOFR가 낯선 독자들을 위해 쉽게 풀어 보면, 보증된(secured) 하루짜리(overnight) 자금조달(funding) 금리(rate)를 의미한다. 미국 달러화 자금 시장에서 돈을 하루 동안 빌리는 데 발생하는 이자를 뜻하는 셈.

SOFR은 자금 거래에 무위험 금리로 동원됐던 리보(Libor)를 대체하기 위해 등장했다. 소위 리보 스캔들이 발단이었다.

제시된 금리(offer rate)를 근간으로 집계되는 리보의 특성 상 조작 가능성이 지적됐는데 실제로 도이체방크와 바클레이스, 씨티그룹, JP모간 등 월가의 공룡 은행들이 2003년부터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리보를 대체할 금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SOFR이 대안으로 부상한 것.

리보가 제시된 금리를 토대로 형성되는 데 반해 SOFR은 실제 발생한 거래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다.

SOFR이 도입된 이후 1일 거래를 근간으로 한 데 따른 불편함이 제기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1개월과 3개월, 6개월 등 일정 기간 발생한 실제 거래를 토대로 한 이른바 기간(term) SOFR가 도입되는 등 자금 시장에서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SOFR의 급상승과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리 자체의 상승 뿐 아니라 연준이 역레포(RRP)에 제공하는 금리와 엇박자는 낸 점이 문제라고 지목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두 개 지표가 동조 현상을 보이는데 엇박자를 내면서 자금 시장 전반의 발작을 둘러싼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SOFR의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자금 시장의 압박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상황을 드러내는 단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사실 연준이 지난 10여년간 양적완화(QE)를 통해 수 조 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국채를 매입, 유동성을 방출한 데 따라 레포(Repo) 시장이 왜곡됐다는 데 이견이 없다.

18개월 전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 위해 양적긴축(QT) 카드를 꺼내들면서 유동성위 위축된 데다 2024년 미국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20%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맞물리면서 자금 시장에 한파를 몰고 왔다는 분석이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조지 피어크스 매크로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를 갖고 "아마 투자자들은 레포(Repo) 시장의 기능이 무엇인지 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며 "금융시장의 유동성에 대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고유의 기능"이라고 말했다.

연준으로서는 자금시장의 유동성을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유동성이 지나치게 넘치면 투기와 과도한 고위험 베팅을 부추기게 되고, 반대로 유동성이 부족하면 자금 조달을 가로막는 한편 경제 성장을 억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내고 최근 SOFR 상승에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재무부의 국채 발행 증가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여기에 월말 시기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퍼펙트 스톰이 발생했고, 2024년 1분기 자금 시장의 리스크가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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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Fed) [사진=블룸버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한 목소리를 냈다. 최근 초단기 자금 조달 금리 상승이 앞으로 자금 시장에 닥칠 한파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SOFR이 추가 상승하거나 높은 레벨에 머물 경우 유동성 발작이 본격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막힐 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으로 충격파가 확산될 것이라고 월가는 경고한다.

모간 스탠리의 에프레인 테자다 금리 전략가는 "안정적인 SOFR에 익숙한 투자자들은 12월 초 벌어진 상황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2024년 초 지난 2019년 자금 시장을 크게 흔들어 놓았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9년 9월17일(현지시각) 장중 한 때 레포(Repo) 금리가 10%까지 치솟으며 월가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2.1% 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던 레포(Repo) 금리는 패닉이 일어나기 전날 연방기금 금리의 상단이었던 2.25%를 뚫고 올랐고, 9월17일 장 초반 5%까지 치솟은 뒤 10%까지 수직 상승했다.

단기 자금 시장의 심장부에서 파열음이 발생하자 뉴욕연방준비은행은 곧장 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통해 532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공급했다. 미국 통화 당국이 레포(Repo) 시장에 유동성을 방출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1년만에 처음이었다.

4년 전 사태는 분기 말이라는 시기적인 특성과 법인세 납부를 위한 기업들 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기준금리가 2.00~2.25%로 낮았고, 연준이 양적완화(QE)를 지속하고 있던 시기였다. 반면 최근 상황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22년래 최고치인 5.25~5.50%까지 올렸고, 18개월째 양적긴축(QT)을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2019년 당시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적인 재정 확대에 나서면서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초단기 자금 조달 금리를 끌어올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미국 재무부의 국채 대량 매각이 예고된 최근 상황과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연준은 이번 SOFR 상승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지만 정책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월가는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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