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헤일리, 남북전쟁 원인 답변서 '노예제' 언급 피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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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내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남북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노예제'(slavery) 언급을 피해 논란을 빚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전날 뉴햄프셔주 베를린에서 열린 타운홀 행사에서 "미국 남북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청중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헤일리 전 대사는 "나는 그것이 언제나 정부의 역할과 사람들의 권리가 무엇인지로 설명된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정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갈지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이야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부가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며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질문자가 "2023년에 당신이 이 질문에 '노예제'라는 단어 없이 답변하는 것을 믿기 힘들다(astonishing)"고 하자 헤일리 전 대사는 "내가 노예제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기를 원하냐"고 반문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답변에서 주류 역사학자들이 미국 남북전쟁의 뿌리라고 동의하는 노예제가 언급되지 않으면서 미국 정치권에서는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861년부터 1865년까지 이어진 당시 전쟁에서 분리 독립한 미 남부 주(州)들은 노예제를 제한하려는 북부 주와 대립각을 세웠다.

논란을 빚은 지 하루 만인 이날 헤일리 전 대사는 뉴햄프셔주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물론 그것은 노예제 때문이었고 그것은 쉬운 부분이었다"며 "나는 그것이 노예제 때문인 것을 알고 있으며 나는 남부 출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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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12.29 [email protected]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건이 선거에 영향을 줄지는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다만 헤일리 전 대사의 경쟁 주자들은 앞다퉈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 옛 트위터)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영상을 공유하고 "그것은 노예제였다"고 답했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는 넌더리가 나지만 놀라지는 않았다"며 "이것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흑인들이 니키 헤일리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고 이제 국가의 다른 지역에서도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해리슨 의장은 "노예제를 규탄하는 것은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은 누구에게나 기본이지만 니키 헤일리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은 역사를 다시 쓰려는 그들의 말에 질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도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공화당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변인도 X에 "헤일리는 그가 스스로 만든 혼란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썼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2011~2017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흑인 노예해방을 지지한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곧바로 연방에서 탈퇴한 첫 번째 주다. 2010년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연방에서 탈퇴할 권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던 헤일리 전 대사는 백인 우월주의자로 알려진 딜런 루프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총기 난사로 흑인 9명을 살해하면서 2015년 남부연합기 퇴출에 앞장서기도 했다.

로이터/입소스의 이달 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61%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 중이며 헤일리 전 대사와 디샌티스 주지사는 각각 11%를 기록했다. 뉴햄프셔주는 아이오와에 이어 두 번째로 경선이 진행되는 곳으로 이곳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최근 25%의 지지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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